이정미 "대한민국 최대 불안요소는 한국당"

신년 기자회견서 "선거제도 개혁 위한 대표 회동" 제안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부터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치개혁 방안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 회견에서 '촛불 혁명'을 계승할 3대 정치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거제도 개혁을 들면서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인위적인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은 국민에게 또 다시 정치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위적으로 후보를 조정하고 권력을 나눠 갖는 기존 선거제도 대신, 유권자에게 소신 투표와 전략투표를 각각 보장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정치 불신을 불러오는 어지러운 정당정치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과 민심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과제는 각 당 대표들이 결심만 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며 "주요 정당 대표들이 모여 이 문제를 진솔하게 논의하고 선거제도 개혁의 청사진을 국민 앞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도록 대표 간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거시적인 정치 노선과 정책 과제에 대한 설명에서는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각을 세우지 않았으나, 선거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 분야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의 몽니만을 탓할 수 없다"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거법 개정 논의는 굼뜨다 못해 아예 멈춰버렸다"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기초의회 선거구 문제만 봐도 그렇다. 서울과 광주에서 4인 선거구를 늘리려는 선거구획정위의 잠정안 대신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려는 반개혁적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에 이어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연이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신년 구상 어디에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겠다"며 "국민들께 여쭙겠다. 정부여당을 견제·견인할 제1야당으로 민주당 옆에 어느 당이 어울리는가? 권력에 대한 금단 증상에 빠져 사태 파악도 못하는 한국당인가, 목표도 운명도 불분명한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며 내부의 사생결단에 빠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인가"라고 다른 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지방선거 목표와 관련해 "대선에서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200만 표를 획득한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초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뛸 것"이라며 "전체 광역의회에 1인 이상의 당선자를 내고, 모든 기초의회에도 당선자를 내서 지방적폐를 청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차마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셨던 분이라면 이번에는 정의당을 선택해 달라"며 "지방선거 정의당 수백 명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우리 지역의 심상정이다. 국민 여러분의 선택으로 정의당이 제1야당으로 부상한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 개혁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놓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도 정의당의 가치와 비전, 정책을 가지고 우리 후보를 내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그런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특히 서울과 경기 선거는 가장 유권자들도 많고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역인 만큼, 정의당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좋은 후보를 최종까지 잘 물색해서 국민들께 선보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 후보를 거명하지는 않았고 "2월 초에 선거체제 전면 개편과 관련해 발표가 있을 것이고, 평창올림픽 이전에 광역단체장들 출마 회견이 이어질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미 "MB, 반드시 처벌받아야…한국당은 권력 금단증상, 안철수는 구태"

이 대표가 신년회견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꼽은 "촛불혁명 전진과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세 가지 정치적 선결과제"의 나머지 두 가지는 "중단 없는 적폐 청산"과 "거침없는 국회 개혁"이었다.

그는 적폐 청산 문제와 관련해 "국정원 선거개입과 특활비 상납, 자원외교와 헌법 위배 등 이명박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정권"이라며 "국정 농단의 곁가지가 아닌 뿌리가 바로 이명박 정권이며, 이를 잘라내지 않는다면 적폐 청산은 반만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드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개혁에 대해서는 다른 야당과 여당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한국당은 권력에 대한 금단증상에 빠졌다"며 "가진 것은 머릿수이고 할 줄 아는 것은 비토(veto. 거부)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같은날 신년회견을 연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해 "좌파 국가주의로 대한민국이 불안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최대 불안요소는 한국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당에 대해 "안보 불안을 말하지만, 세계가 염원하는 평화 올림픽에 홀로 반대하고 자체 핵무장을 선동하며 전쟁 위기만 부추기는 당사자"라거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노동 유연화로 비정규직을 더 늘리자면서 서민경제를 불안 정도가 아니라 파탄에 빠뜨릴 정책을 고집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그는 "안철수 대표는 벌써 4번째 창당에 나섰다"며 "제3당으로서 견제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번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파트너로 보수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낡고 구태한 선거 공학에, 유능한 대안정치가 꽃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도 "빨리 통합 국면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면서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들,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통합 문제로 인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가령 이 의원이 이 당에 가는지 저 당에 복귀하는지가 뉴스가 되고 있는 좋지 않은, 반정치적 상황이 일단락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전날 국민의당 반통합파의 독자 신당이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쪽으로부터 제안받은 일도, 정의당 자체가 검토한 일도 없다"며 "통합파-반통합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그 당 운명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데, 그 세력과 교섭단체를 구성하느냐 마느냐는 지금으로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여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에게는 집권 여당의 위상과 크기에 맞는 책임정치를 찾기 어려웠다"며 "신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는 동안 개혁을 성사할 주도력과 정치력은 발휘되지 못했다. 특히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탄핵연대'가 개혁입법연대로 발전되지 못했던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민주당에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지율과 기득권에 취해서 촛불개혁의 사명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보이는데 집권 여당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선거제도 개선과 함께 정치개혁 분야의 양대 이슈인 개헌에 대해서는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새 헌법을 노동자·농민,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노동 헌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권과 권력의 관계를 재정립해 시민 기본권이 함부로 침해받을 수 없는 '인권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피부색·성적지향·성별에 대한 어떤 차별도 금지해 그 누구도 포기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평등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적 정치 제도와 지방분권을 보장하는 현대적 '민주 헌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보수 야당은 개헌 시기를 두고 펼치는 정략적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며 "촛불혁명 만 2년이 돼가는데, 아직도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 옥신각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지난 대선 5당 공통 공약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증세 없는 복지'만큼 허구적인 말이 '노동 없는 혁신'"이라며 "최근 정부 관계자의 말 속엔 소득주도성장 보다 혁신성장이 더 강조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면서도 "변화에 대비하고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올해 노사정 대화가 복원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지도부를 만난 것은 노-정 불신 극복을 위한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이슈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로 풀어야 한다"며 "하도급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과 프랜차이즈 대리점·가맹점의 최저임금 인상분은 본사나 가맹본부가 부담하도록 제도화하고, 공공부문 입찰 계약시 최저임금 인상분이 계약금액에 반영되도록 자동 조정돼야 한다. 상가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고, 체크카드는 0%, 신용카드 수수료는 1% 이하로 인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과 관련,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저 역시 야당 대표로서 누구보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평창 이후다. '포스트 평창 플랜'을 세워 한반도 평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한반도 평화열차' 운행 △중량감 있고 대북정책에 정통한 인사의 대북 특사 파견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한반도 모양을 그린 떡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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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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