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정미 "정치 개혁으로 촛불 혁명 완성"

"지방선거 여성 30% 이상, 장애인·성소수자 후보 내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간의 연대를 통해 '촛불 개혁'을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말뿐인 협치가 아니라 개혁을 위한 연대가 시작돼야 한다"며 "민생 개혁 입법연대"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18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 간담회애서 "'탄핵 연대'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고 지금의 다당제 국회가 만들어졌다"며 "탄핵의 정신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촛불 연정'까지 나아갈 필요도 있다. 촛불 1주년을 맞아 '개혁입법연대'에서 출발해 '촛불 연합정치'를 실현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협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한 변화"라며 현재 여야정협의체가 정체 상태임을 지적하고 "대선 때 각 정당 공약 중 공통된 것부터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현해 가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당을 제외하고 4당이 실업부조 도입 등 실업안전망 개혁과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선거권 18세 인하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한 마당에 힘을 모으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전 후보도 강조하신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안은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기 세월호 특조위 설치를 위한 특별법과, 5.18 진상규명 특별법도 '입법 연대'의 의제로 꼽혔다.

현재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정합의체와 자신이 주장하는 '개혁입법연대'가 뭐가 다른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여야정협의체는 어느새 협치가 되지 못하는 알리바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정협의체가 운영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의당 참여 문제가 아니라) 한국당 때문이다. 한국당이 여야정협의체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한국당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개문발차 형태로 우선 가동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차례 청와대 회동은 그런 개문발차 형태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탄핵이 추진됐던 과정을 잘 복기해 보면 앞으로도 이 정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며 "새누리당을 설득해 탄핵이 이뤄진 게 아니다. 탄핵을 바랐던 정치 세력이 중심을 굳건히 잡고 국민들 열망에 충실했을 때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 비박이 탄핵에 가담했다. 앞으로도 정국 운영에 있어 '개혁 연대'가 중심을 분명하게 잡고 일을 추진해 가면서 한국당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연합 정치'의 실현과 관련해,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 개편에는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보수 통합' 논의에 대해 "명분 없는 논의"라며 "박근혜 없는 친박정당 만들기에 불과하며, 구태한 양당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직접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는 "모두들 국민을 위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지만 실상은 자기 세력 덩치 키우기에 골몰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간접적으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기자 질의응답에서도 여야정합의체 정상화나 개혁 연합정치 방안에 대해 민주당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다른 야당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 당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몰두해 정신이 없으신 것 같다. 국회 전체가 국민의 삶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주목하기보다는 각 당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더 주목하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계 개편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보인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30년 만의 개헌을 한낱 권력 게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이끌겠다"며 "정치 개혁으로 촛불혁명을 완성하겠다. 제 역할 못하는 의회를 대신해 언제까지 국민들께 광장으로 나와달라 할 수는 없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민주주의의 '버전 업'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문제와 관련해 당 대표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당론을 갖고 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도 얼마 전 이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는데 당의 입장이 거의 정의당과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정한 시점이 되면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된 당 대표 회동 등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여성 30% 이상 공천 선언…노동·탈핵·평화 비전 제시도


이 대표는 정의당의 현 주소에 대해서는 "지난 100일 동안 '촛불 시대의 나침반'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새 정부의 적폐 청산에는 적극 협력했으며, 많은 분이 주목하신 '(정의당) 데스 노트'처럼 비판과 견인의 바로미터(계측기) 역할 또한 했다"고 자부했다. (☞관련 기사 : 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박성진 "지명 철회해야")

또 현 정의당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 그는 "노회찬·심상정 이후 새로운 리더십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면서 '3세대 진보정치의 안정적 연착륙'을 이끌었다"고 자평하며 "스타 정치인 몇 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함께 크는 리더십'을 만들겠다. 그 일환으로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과 같은 '정치 사관학교'를 만드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노회찬·심상정과도 경쟁할 수 있는 인물들을 키워 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의당식 색깔 있는 지방선거를 보여드리겠다"며 "여성 30% 할당제 규정에 근거해 그 이상의 여성 후보자를 내고, 정의당 지지 기반인 장애인·성소수자 후보들이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정책을 갖고 직접 선거를 뛰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청년정당으로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필요하면 청년 후보자에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당내 제도화하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정의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노동·탈핵 등 주력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를 진보적으로 견인하겠다는 취지의 구상을 밝혔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전향적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기준만으로 나뉠 수 없는 노동자가 너무도 많아졌다는 문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정부정책을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노동정책에서 노동자에 대한 개념은 물론 사용자의 개념 또한 획기적으로 넓히고 노동정책의 접근법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정의당이 그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결사(結社)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과 인식도 바꿔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신고리 5·6호기는 대선 공약대로 백지화돼야 한다"며 "공약을 추진함에 있어 모든 정책은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공을 공론화위원회에 넘겨 결정권을 넘기는 프로세스 자체에 저희는 일관되게 문제제기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건설 중지로 의견이 모아졌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만일 오차범위 내의 결정이 나온다면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백지화를 선언하는 것이 맞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등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보다 진보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는 "'이윤 동맹'을 강화하는 한미정상회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두 나라 사이에 필요한 것은 동맹 강화가 아니라 동맹 혁신"이라며 미국의 한미 FTA 개정 공세에 당당히 맞설 것을 주문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는 공동선언이 채택돼야 한다. 특히 한국의 동의 없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행동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안과 관련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폐' 문제, 헌법재판소장 인사 문제 등이 거론됐다. 이 대표는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전직 대통령들"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 16일 법정 발언을 겨냥, "'희생자'라는 자기최면에 빠진 것 같다. 노골적 옥중 정치투쟁으로 또 다시 분열과 극한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는 "4번째로 수감되는 전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5년간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것일 뿐 죄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헌재 소장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법사위에서 한국당 등이 김이수 권한대행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은 전반적인 정치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행태"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소장 낙마 이후, 정부 대처가 좀 더 분명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헌재 소장을 빨리 지명하고 절차를 밟아나가면서 청와대에서 얘기하고 있는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 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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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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