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획·김재철 연출...'MBC 장악' 공모 재판행

원세훈이 '정상화 문건' 건네고 김재철은 그대로 실행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을 'MBC 장악'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17일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을 국정원법위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김 전 사장과 공모해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2011년 3월에는 PD 8명을 프로그램 비제작부서로 인사 조치했다. 같은 해 4월엔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방송인 김미화 씨를 라디오 제작본부장을 통해 사퇴하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같은 해 7월에는 배우 김여진 씨를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지 않도록 하는 등 방송 진행에 관한 권리 행사 및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

검찰 조사 결과, 국정원의 방송 장악은 2008년 의 '광우병' 보도 이후 지지도 급락을 경험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부 비판적 인물 및 단체들을 다각도로 압박하면서 MBC 등 방송사를 비롯한 문화 예술계 전반을 친정부화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원 전 원장은 내부 조직을 동원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종북 좌파'로 규정하고 속칭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해당 인물들의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아울러 MBC 담당 국정원 정보관과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MBC 정상화 문건' 내용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했고, 김 전 사장은 이 문건 방침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의 경우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던 96명의 노조원들에 대해 방송제작 현장을 떠나 방송제작과 전혀 무관한 교육을 받도록 강제하는 등 MBC 노조의 운영 및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송장악과 관련해서 국정원 내부적으로 다수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런 문건이나 보고서가 청와대까지 넘어간 부분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정원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의혹 사건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검찰은 김 전 사장에 대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다는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연루 혐의로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상태에서 3심 재판을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은 이날 방송 장악 혐의까지 추가됐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은 현재 자신의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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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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