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잔치는 끝났나?

[삶은경제] 정부의 뒤늦은 암호화폐 단속은 해답 없는 몽둥이질

<프레시안>이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격주로 경제 칼럼 '삶은경제'를 연재합니다. '삶은경제'는 사무금융노조가 제작하는 경제 팟캐스트 '삶은경제' 내용을 지면에 맞게 정리한 생활 경제 칼럼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애청자들에게 유명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한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조직국장이 정리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큰 관심 바랍니다.

열광으로 치닫던 무도회장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지난 8일 글로벌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지수 '코인마켓캡'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세를 가격지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비트코인, 리플 등 인기 있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는데, 코인마켓캡은 한국 주요거래소 시세를 글로벌 평균 가격산정에서 제외한 이유가 한국거래소의 가격일탈과 매매거래제한이란 입장을 함께 냈다. 이 결정이 알려진 뒤 24시간 동안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무려 100조 원 이상 증발했다하니,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전 세계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가 생생하다. 관련한 기사들을 일별하며 가장먼저 든 생각은 어쩌다 밤사이 대한민국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골칫거리로 등극했냐는 것이다.

글로벌 폭락 부른 우리 금융당국의 위엄(?)

암호화폐 국제평균가격 산정에서 한국 시세를 빼야 공정한 시세 산출이 가능하게 되어버린 이 국지적이고, 극단적인 대한민국 암호화폐 시장 혼란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코인마켓캡이 한국 암호화폐 시세를 국제평균산정에서 제외하는 조치에 나선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조치가 한국정부의 암호화폐 단속조치에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관련기사 바로 보기).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은 지난해 말까지 사실상 전무했다. 정부의 갑작스런 단속(국내언론은 규제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발표된 일련의 조치들의 성격은 사실상 단속에 가깝다)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을 가뿐히 넘어서고, 그 돈이 서민, 노동자, 학생, 심지어 청소년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는 비명이 사방팔방서 터져 나온 이후에야 나왔다. 정부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 비트코인 광풍을 방관만 할 것이냐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서야 규제를 빙자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떠밀리다시피 광풍의 무대에 등판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정교한 수술용 칼을 들었을 리 없다. 당국의 손엔 '암호화폐 거래금지', '거래소 폐쇄'처럼 위협적인 문구가 새겨진 몽둥이가 들려있었고, 이것은 국내 시장보다 광풍의 열기가 덜한 국제시장에 메시지가 됐다. 이렇게 때늦고 미숙한 정부의 등장은 국제거래시세 대비 30% 이상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란 꼬리표까지 추가했다.

▲ 국내에 개장된 오프라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한 투자자가 시세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몽둥이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 한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가 갖는 다양한 가능성과 문제점을 활용하고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거의 즉각적으로 내 놓았다. 이유는 충분했다. 당장 암호화폐 특유의 P2P(Peer to Peer) 방식 거래는 수수료가 없는 금융을 넘어 공유경제의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미 2009년 유럽의회가 전자화폐에 대한 규제안을 제정했고, 핀테크 선진국 대부분이 이 기술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테크놀로지로 인정했다. 영국이 대표적인데, 법제도를 개선하고 국가 성장산업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인재들을 흡수 중이다.

암호화폐의 부작용에 대한 무대응 역시 우리 정부와 비교할 만한 정부가 없다. 세계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마운틴 곡스가 데이터베이스 해킹으로 파산한 때가 2011년 6월로 무려 7년 전 일이지만, 최근 우리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보여주는 태도는 그 동안 아무런 연구와 준비도 없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암호화폐를 이미 과세대상으로 규제하는 일본이나 부가세 면제 대상으로 정한 유럽, 그리고 최근 선물거래소로 흡수하며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출구를 마련해줬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정부의 대응은 글로벌 골칫덩이로 전락하며 난리법석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에 게으르고 무능한 우리 금융당국이 있음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시민의 삶, 그 자체가 경제라는 철학으로 팟캐스트 형식의 오디오 경제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무금융노조의 팟캐스트 '삶은경제'에서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삶은경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모두 검색 가능합니다. (☞팟캐스트 삶은경제 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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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

풀뿌리신문 기자로 출발했지만 정의당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일한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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