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민주적 화폐' 비트코인 돌풍

[편집국에서]중국, '달러 패권' 공략 신무기로 후원?

화폐가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BTC)'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화폐라는 말까지 따라붙을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는 실물의 동전이나 지폐도 있고, 은행을 통해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실물도 없고 그냥 전자적으로만 존재하는 화폐다.

특정 업체가 발행하고 특정사이트에서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만 전자적으로 결제하는 사이버 머니 같은 것도 가상화폐라고 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완전히 '열린 시스템', 즉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실시간으로 누구나 감시할 수 있고, 은행을 거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이 강력한 화폐로 급속히 떠오르면서 급기야 미국 상원에서는 지난 18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 것이다.

▲ 전자적으로만 거래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미국 중앙은행도 가능성을 인정하는 신화폐로 급부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냉키 "비트코인, 효율적 지불수단 될 수 있다"

청문회에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유력 인사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이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비트코인이 효율적인 지불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약 28시간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은 충격적이었다. 500달러 정도였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900달러를 돌파한 뒤 다시 500달러 수준으로 복귀하는 '롤러코스터 변동'을 연출했다. 그리고는 다시 이날 오후 들어서 700달러를 넘겼다. 올해 1 비트코인은 13달러로 출발했다. 1년도 안돼 50배 정도 오른 것이다. 얼마 못가 1000달러 정도는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당기간 비트코인은 투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1000달러든 2000달러가 되든 가격 자체가 거품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자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과 비슷한 측면이 있고,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해도 나중에는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

비트코인은 당장은 투기상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21세기 신화폐', '국적 없는 화폐', '민주적 화폐', '달러 대체 화폐' 등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비트코인이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서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나온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Satoshi Nakamoto)'라는 일본식 이름의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개인인지 조직인지도 모름)가 개발했다. 암호해독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강력한 컴퓨터를 동원해도 6개월 이상 풀어야 할 정도의 복잡한 암호 해독으로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암호를 풀수록 획득을 위해 풀어야 할 암호 난이도가 계속 올라가도록 되어 있어서 쉽게 발행량이 늘어나기 어렵다. 비트코인을 사두고 싶은 사람은 전자지갑을 통해 '열쇠 암호'로 거래하면 된다. 은행이 중간에 낄 필요도 없다.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4년마다 발행량이 앞의 4년 동안 발행된 양의 절반으로 제한된다. 현재 절반 정도가 발행돼 있지만, 발행량 제한으로 인플레이션과 부채와 관련이 없는 새로운 화폐시스템이다.

'부채 시스템'으로 이득보는 달러 패권 위협

이 특성은 바로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달러 패권'이란 금을 대체한 국제 기축 통화가 된 달러 발행권이 가진 특권을 의미한다.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는 '부채'의 형식으로 필요하다면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 '부채' 형식일 뿐 사실상 서둘러 갚을 필요도 없는 빚이다. 부채의 실질 부담 자체도 달러를 찍어낼 수록 인플레이션 효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 패권'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 자체로 이득을 보는 것을 다른 나라들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은 고스란히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어 불만이 크다.

하지만 은행을 끼고 '부채'와 '수수료'가 당연시되는 기존 국제화폐시스템에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패권 화폐는 짧은 기간 내에 등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미는 장기전략을 펴고 있지만, 새로운 무기도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 무기로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 공략을 집중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은행시스템이 부실해 비트코인같은 가상화폐가 선호되기 때문에, 중국도 비트코인 활성화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온라인 상점이 급증하고 있으며 천안문 광장에는 비트코인을 실물화폐로 바꿔주는 환전상이 등장했다. 중국의 BTC차이나는 최근 일본의 마운트곡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로 떠올랐다.

키프러스 사태 계기, 비트코인 가격 폭등

비트코인이 '새로운 화폐'로 주목을 받은 계기는 지난 4월 키프러스 사태다. 당시 키프러스 중앙은행이 기능을 중단할 정도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자, 러시아 자본이 대거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것이다. 당시 하룻만에 1 비트코인은 50달러에서 266달러로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실물경제에도 이미 파고들고 있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는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한 상태이며, 세계 최대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도 비트코인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 4월 비트코인을 원화로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 '코빗'이 출범했다.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개인 간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ATM(자동화기기)도 등장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상점은 물론, 오프라인 상점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과 확산 가능성으로 계속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처음 선을 보일때만 해도 가치가 5센트(약 52원)에 불과했다. 1달러로 쳐도 4년만에 거의 1000배 가까이 올랐다. 또 '부채'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기존의 화폐시스템을 마치 금처럼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흔들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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