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들은 왜 자꾸 그만둘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요양보호사의 새해 소망

새해가 밝았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새해 소망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일하는 요양서비스 현장이 나아지는 소망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의 직접 서비스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들이 수행한다. 전국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133만 명이고 이 중 33만 명이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는 크게 시설 서비스와 재가 서비스로 구분된다. 시설서비스는 가정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요양원 등에 입소해 받는 서비스이다. 전체 노인장기요양 서비스의 27%를 차지한다.

재가 서비스는 요양보호사가 매일 3~4시간씩 이용자 가정에 방문해 제공하는 서비스 혹은 일정시간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해 신체 지원, 인지재활, 가사 지원 등을 받는 서비스이다. 전체 노인장기요양 서비스의 73%로 대부분이 재가에 속한다.

내가 일하는 강북나눔돌봄센터는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재가서비스 공급기관으로, 요양보호사, 관리자, 이용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노인장기요양 사업 이외에도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가사 간병 방문 사업, 노인 돌봄 사업도 벌인다. 전체 230명 중 90%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이다.

강북나눔돌봄센터의 조직 미션은 이용자에게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조합원(직원)의 권익을 높이고 나아가 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이 상호 존중되는 사회와 제도를 위해 자기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자 한다.

▲ 재가 장기 요양사업 월례 회의에서 직원 분임 토론. ⓒ강북나눔돌봄센터

요양보호사 구하기 어려운 재가기관

현재 재가기관들은 요양보호사 구인에 고충을 안고 있다. 이용자가 있어도 배치할 요양보호사가 없어 하루 종일 전화돌리는 게 센터장의 주요 업무가 돼버렸다. 설령 일하려는 요양보호사가 있어도 많은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어, 남자가 아니여야 하고, 중증 이용자는 아니어야 한다. 또한 반찬을 만들어줘야 하면 재고해봐야 하고 되도록이면 자신의 집과도 가까워야 한다.

이러한 요양보호사들의 요구 조건에 맞추다보니 매번 한두 가지가 맞지 않아 이용자가 있어도 요양보호사를 배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요양보호사는 당장 요구하는 이용자가 없으면 조건에 맞는 이용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한다. 이용자 역시 계속 기다릴 수 없다며 결국 다른 기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느 기관이고 흔하게 겪어봤을 법한,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일들이다.

그래도 기관들은 요양보호사의 처우에 눈을 먼저 돌리기는 보다 이용자 달래기에 더 애를 쏟을 수밖에 없다. 기관 운영의 지속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선 이용자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센터장부터 사회복지사가 수시로 이용자 집을 방문하며 허드렛일을 해주고 때로는 선물 공세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관들이 영세할수록 요양보호사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더 심한 편이다. 기관들은 요양보호사의 자질 부족에 대해 불만은 이어지고 기관과 요양보호사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돌봄 현장을 떠나는 요양보호사

사실 요양보호사들의 요구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여성으로서 성희롱의 위협을 느끼며 일 할 수는 없다. 산재 처리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돌보다 골병을 얻어서도 안 될 일이다. 현재의 급여 수준으로 교통비와 식대를 감당하기보다 지근거리의 이용자를 배치 받는 게 경제적이다.

이런 현실이 반복되면서 많은 요양보호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다. 10년 동안 이용자 곁을 지키며 장기요양 제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요양보호사들에게 돌아온 몫은 아직까지도 그냥 '우리집에서 일하는 아줌마'라는 딱지다. 상황이 이러하니 기관의 설득과 위로, 센터장이나 관리자의 인간적 관계 등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곧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50, 60대에 들어 일자리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양보호사는 일하고 싶은 일자리는 아니다. 아직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나중에 가족 요양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게 고돼도 마음이 편하다며 떠나는 요양보호사를 붙잡을 명분이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이 있는 그대로 돌봄 현장의 현주소이다.

ⓒ연합뉴스

제자리 걸음인 요양서비스 수가

현재 많은 재가 서비스 기관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최저임금은 매년 올라가지만 수가 인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규 재가 서비스 공급기관은 계속 늘어나고 서비스를 받겠다는 이용자는 잘 보이질 않는다.

비영리이든, 개인이든 법인이든 겪는 어려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기관 운영자와 중간 관리자들은 센터 운영이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 놓는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해법도 비슷하다. 결국 낮은 서비스 수가로 귀결된다.

사실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수가가 개선되면 해결될 여지가 많다. 이용자의 과중한 서비스 요구도 요양보호사에게 추가 급여를 지급한다면 상당히 해결될 수 있으니 이 또한 수가와 관련된 문제다. 실제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기피하는 이용자를 매칭할 때면 시급을 조금 더 주면서 이용자를 돌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재가 서비스 기관으로서는 이용자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조치이다.

요양보호사도 존중받는 일자리를 원한다

요양보호사들이 바라는 것은 돌보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고되더라도 계속 일하고 싶은 일자리이다. 요양보호사 인력의 안정적 재생산은 우리나라 요양서비스 복지의 질좋은 발전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이다. 어쩌면 기관의 존립보다 우선 논의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무 형태 개선(시간에 따른 고정급제 실시), 재가기관 관리감독 강화, 좋은 돌봄기관 인증세 실시 등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문재인 정부가 요양서비스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형태로 광역단체 수준에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도 논의 중이다. 새해엔 이용자가 질 좋은 요양서비스를 받고, 기관과 요양보호사도 함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요양서비스 제도의 실질적 개혁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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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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