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고문의 첫 메시지는 안 대표 쪽에 명확히 힘을 실은 것도, 안 대표의 행보를 비판한 것도 아니었다. 원칙적인 측면에서 "통합"을 강조하긴 했지만 안 대표의 통합론과는 결이 다른 발언들이 나왔다.
손 고문은 통합에 대해 "파괴와 통합은 우리의 시대적 과제"라며 "파괴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열고, 통합을 통해 간격을 없애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안 대표와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손 고문은 통합이 '개혁적 중도 통합'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합은 결코 보수 통합이 돼선 안 된다. 정치사회적 적폐를 해소하고 좌우와 동서를 넘어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내는 개혁적 중도 통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계와의 분열을 전제로 한 통합론과는 선을 그은 셈이다.
안 대표에 대한 간접 비판으로 읽히는 말도 있었다. 그는 "통합을 위해선 당내 화합이 기본이고 우선"이라며 "안 대표도, 통합 반대하는 의원들도 나름의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했다. 분당·탈당 불사를 외치는 안 대표 측과 반통합파를 동시에 비판한 셈이다. 손 고문의 다음 수가 무엇이든, 안 대표나 통합 반대파 가운데 어느 일방에서 바라는 대로만 끌려가지 않고 일정 정도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방선거 승리보다, 개헌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국민의당의 역사적 책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촛불 정신은 적폐청산이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적폐는 제왕적 권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7 공화국 건설에 중도통합 세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 통합을 통해 개헌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시사했다.
손 고문은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지막 티끌 같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향후 적극적 정치활동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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