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체포동의안 표결 없다"…국회 '자동 방탄'

어차피 23일 회기 종료, 현실론에 '보고'만 하기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오는 23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시까지 구속을 면하게 됐다. 여야가 임시국회 회기 내에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할 본회의를 별도로 열지 않기로 하면서다. 여러 국회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지만, 최 의원으로서는 어쨌든 결과적으로 열흘이라는 시간을 벌게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22일 오전 10시에 본회의를 연다"는 데에 합의했다. 교섭단체 3당은 또 "22일 본회의에서는 임시회 회기를 23일까지로 한다는 결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도 합의했다.

언뜻 보기엔 임시국회 기간, 본회의 일자를 정하는 무미건조한 합의로 보이지만 사실은 복잡한 뜻이 담겨 있다.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있던 2014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최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다음날인 12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44조 1항)라고 정하고 있고, 국회법 26조 2항은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고 규정한다.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요청된 날은 12일이다. 그런데 교섭단체 3당 합의 결과는 '12일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 날짜'를 22일로 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면 22일로부터 '72시간 내'인 25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어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임시국회 회기는 그 전에 종료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합의 내용에 대해 "최 의원 체포동의안은 22일 본회의에 보고된다"며 "23일까지가 임시회 기간이니, 24일부터는 검찰에서 알아서 (최 의원 구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에 해당하는 것이고, 회기가 종료되면 검찰이 (의원이라도) 신병 확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통상 한 달간 열리는 임시회를 (이번 12월 임시회에 한해) 23일까지로 한다"는 기존 합의 내용을 이날 3당 원내대표들끼리 모여서 재확인했다는 얘기다.

김성태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연히 자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민주당·국민의당 입장에서도 굳이 본회의를 열자고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부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가 21일에라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했는데, 23일에 임시국회가 종료되면 그 후에 검찰 차원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게 낫다는 의견"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원식 원내대표가 '21일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보고받고 22일 본회의에서 의결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한 데 대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존 원내대표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그 말은 추가로 본회의를 여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것"(박홍근 수석부대표)이라고 해석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협의한 의사일정이다. 어느 일방적 (변경) 주장을 저희가 수용해야 될 일 없다"며 "추가 의사일정 논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굳이 22일 전 본회의 개최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 상관이니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론과 함께 여러 국회 상황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회의를 주재해야 할 정세균 의장이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페루로 의회 외교 일정을 떠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방러 중이고, 홍준표 대표도 이날 일본으로 출국했다.

또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속히 인사청문회를 열고 감사원장 및 대법관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박 수석부대표는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대법관 2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2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게 그 전에 조속히 인사청문특위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해 달라(고 한국당에 요청했다)"며 "감사원장도 최대한 조속히 인청특위를 구성해 가동하는 것으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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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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