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이 이들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법하다. 그런데 보수 언론은 미국 발 전쟁 위기설을 엉뚱하게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
<중앙일보>는 5일 자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평화 타령'에 집착"하고 있다며 "산불이 곧 밀어닥칠 상황인데도 국민에게 경고는커녕 무사태평"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침몰사건 때 선장이 배에 탄 관광객이 신속하게 탈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고 방송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힐난했다.
<중앙일보>의 취지가 한반도 전쟁이 다가오니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과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떠나라'라고 말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핵과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라는 이중의 위협 속에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상당수 보수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해상 봉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비난하고 있다. 이들도 해상 봉쇄가 정전협정의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도로 고조시킬 위험이 크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전쟁위기를 걱정한다면서 그 전쟁위기를 예방·관리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모순적 언행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문재인 정부는 1990년대 북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국방비를 훨씬 많이 쓰고 있고 미국과의 군사훈련도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시 즉각적인 타격 훈련도 실시했다. 보수파의 숙원이라던 미시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도 이뤄냈다.
나는 이러한 군사적 조치들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적이다. 북핵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한미동맹의 군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협상 의지가 결핍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있다. 빈 수레가 요란했던 보수 정권들과 비교할 때 문재인 정부가 훨씬 강력한 대북 군사태세를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중동은 국내에서도 유력 매체들이지만 해외에서도 그렇다.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들이 한반도 관련 뉴스와 관점을 접하는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들 언론은 미국 대통령이나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악습부터 고쳐야 한다. 정말 전쟁이 걱정된다면, 전쟁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미국을 향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채질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한국인들은 우리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미국의 대북 공격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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