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흔들었다" 또다시 지진은 온다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 포항 지진의 원인과 대책 긴급포럼

진도 5.4의 중형급 지진이 포항을 강타했다. 워낙 큰 충격파인지라 아직도 사태 수습이 지지부진하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4.3 여진을 비롯해 24일까지 총 65회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중형급 지진이 발생한지라 충격이 더욱 크다. 그간 지진에 안전지대로 불리던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왜 이렇게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는 24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을 열고 포항 지진의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대책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유발지진'이 초미의 관심이었다. 일부 학계에서는 이번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울산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500m 거리에 지열발전소가 세워져 있다.

지열발전소는 땅에 뚫은 구멍으로 물을 주입, 지하 깊이까지 물을 들여보낸 뒤, 물이 데워지면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번을 돌려 발전을 한다.

이를 두고 지열발전소를 세우면서 지하 깊숙이 박은 시추공이 활성단층을 건드렸거나, 아니면 유입된 물이 지진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포럼에는 이런 주장을 한 학자들이 참석했다.

▲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는 24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을 열고 포항 지진의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대책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가졌다. ⓒ프레시안(허환주)

"포항지진은 유발 지진에 의한 것"

이진한 고려대학교 교수는 "유발지진이라 함은 인공저수지를 만들었는데, 그 물이 단층에 유입돼 발생하거나, 채석장 암석을 걷어내다 발생하는 등 공학적 공사를 해서 사람들이 일으킨 지진을 일컫는다"며 이번 포항 지진 관련해서 "추측하건대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했고, 그러면서 단층의 마찰력이 낮아지면서 (지진이)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유발지진의 오해는 (사람이 일으키는 것이) 마치 전체적인 원인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라며 "그것이 아니라 지질 내 판들이 움직이며, 응력(내부에서 미는 힘)이 작용하는 사이에 (사람이 일으키는 작용이) 조금 더 건드려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사람의 작용에 의해 앞으로 일어날 지진이 앞당겨지는 정도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 부지 선정부터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하 단층을 찾아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며 "드릴링을 하든가 해서 찾아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우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 발전소 등의 부지를 선정할 때는 자리를 선점하고 이후 지질 조사를 하는 식"이라며 "결국 지질조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한반도에 지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진 안전지대라고 불리던 한국에서 연달아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홍태경 연세대학교 교수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지진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한반도는 지진이 빈번한 곳이 아님에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총 10회 발생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전이 5번이었고 이후가 5번이었다. 짧은 6년 동안 지진이 급증한 셈"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그 원인으로 동일본 지진 이후 한반도 지층의 강도가 약해진 점에 주목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지진 이후 한반도 지층이 일본열도 방향으로 확장했다"며 "한반도의 울릉도는 5cm. 백령도는 2cm로 확장했고, 그 결과 기존 지각 강도보다 낮은 강도를 띄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환경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홍 교수는 앞으로도 울산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에 다시 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홍 교수는 "경주 지진에서 유도된 응력이 주변 지층에 쌓이면서 이것이 포항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울산 지진에 의해 발생한 응력이 또다른 특정지역에 쌓여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즉, 지층 강도가 약해진 상황에서 지진에 의해 발생한 응력으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 교수는 "조사한 바로는 응력이 전이된 특정지역, 즉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특정화할 수 있다"며 "대도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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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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