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완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가 지난 7월 보석 인용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박 전 의원은 이날 실형 확정으로 다시 수감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1일 박 전 의원의 강제추행 사건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확정됐다.
박 전 의원은 20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21년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 노래주점과 인근 지하 주차장에서 당시 보좌관 A 씨를 강제추행하고 저항하자 성관계 요구 발언을 수차례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A씨가 이듬해 4월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성추행을 신고하자 면직을 밟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지역구 관계자에게 A씨가 강제추행 합의 조건으로 과도한 돈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한 혐의(명예훼손)도 받고 있다.
앞서 1·2심은 모두 박 전 의원의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1심에서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까지 된 바 있다. 다만 강제추행으로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혔다는 강제추행치상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 1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3선 의원으로서 자신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던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강제추행하고, 피해자와 내밀하게 진행하던 합의사실을 공연히 적시해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오래 믿고 따라온 상사로부터 이 사건을 당해 배신감·당혹감·성적 모멸감 등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배상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함에도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인사상 불만 등으로 아무 잘못없는 피고인을 무고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 가족·지인 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지난 8월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전직 3선 의원으로 자신의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하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추행을 하고, 피해자와 내밀하게 진행하던 합의 시도를 공공연하게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는 약 9년간 헌신적으로 보좌해온 피고인의 강제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인은 진정한 사과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수사기관·법정에 이르기까지 무고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 이런 피고인의 태도로 인해 피해자가 더 고통받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내용, 범행 후 태도에 비춰보면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진술의 신빙성,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및 공연성의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사건 피해자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이 결과를 받기까지 4년하고도 이틀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저는 거의 매일 그날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며 "이제 이 사건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끝까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 안팎에서 뻔뻔한 거짓을 되풀이했고 책임을 부정하는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그의 가족과 몇 안 되는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의 2차 가해를 계속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부인할 때, 그 부인은 더 이상 개인의 방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그것은 다른 가해자들에게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된다. 그리고 이미 다쳐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는 싸우는 것은 이만큼이나 고통스럽고 외로운 일이라는 절망을 던진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전 의원을 향해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넘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당신이 행사한 그 많은 부도덕하고 부당했던 권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깊은 상처와 고통이 가해졌는지 더이상 피하지 말고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연대해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재판 방청 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해 박완주를 제명했던 그 시간은, 저에게 한 가지 분명한 기준을 남겼다"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성범죄에는 어떤 예외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 내부의 성범죄는 권력을 빌미로 타인의 존엄을 짓밟은, 지금도 여전히 끊이지않고 발생하는 범죄"라며 "피해자가 두 번 상처받지 않는 사회, 권력이 약자를 짓밟지 못하는 정치,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판결이 피해자분들의 일상을 되찾는 데 작은 회복의 발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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