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野, 김영춘 해임 요구

야당 "김영춘도 은폐 의심"…靑 "유가족들 요청 있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지난 20일에 보고받았다고 밝혀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해수부는 지난 17일 선체에서 사람 손목뼈 한 점을 수습했으나, 닷새 후인 22일 오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빚었다. 당초 실무자 선에서 은폐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장관은 23일 브리핑에서 해수부 간부로부터 해당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을 "20일 오후 5시경"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20일에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는데 22일까지 확인을 못 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했다.


김 장관이 20일에 보고 받았음에도 22일까지 유골 발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은폐 책임론은 김 장관으로까지 확산될만한 발언이다.

정치권은 바로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당은 김철근 대변인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김영춘 장관을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김 장관이 세월호 유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20일 오후에 받고도 3일간 은폐한 것은 중대 범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이며 장관의 직무유기"라며 "장관이 보고받기 전 4일과 보고받은 이후 3일 동안 도대체 해수부 내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해수부 발표대로라면 17일 최초 유골이 발견된 지 4일 후인 20일까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실무자 차원에서 1차 은폐했다가, 이를 보고받은 김 장관은 3일 동안 2차 은폐를 거듭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벌써 해수부 마피아들에 둘러싸여 해수부 장관이 은폐에 은폐를 거듭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김 장관을 겨냥했다. 국민의당은 나아가 "(보고 후) 3일 동안 장관은 총리와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서 보고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며 "총리와 대통령은 이 사실에 대해서 보고받았는지 명백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도 정확히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장관의 말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며 "20일 보고를 받고 장관은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가? (보고) 다음 날인 21일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라고 따져 물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해수부 답변으로는 국민적 의심을 해소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서서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 장관이 20일에 보고를 받고 그 다음(22일)에 이를 알렸다는 것은 김 장관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김 장관 주도로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사법기관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해수부의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 사건과 관련 1차 조사발표는 듣고 있기 민망할 정도"라며 "20일 이미 유골 발견 사실을 알고도 어제까지 밝히지 않은 김 장관이 이번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한편 베트남 방문 중인 홍준표 대표는 김 장관의 브리핑이 있기 전부터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이자 성역인 세월호에 대해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수부 장관 하나 사퇴해서 그게 무마되겠느냐"며 "세월호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그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이냐. 그들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범죄다. 세상 참 불공평합니다"라는 내용의 비꼬는 듯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당이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은 '장관 사퇴와 대통령 사과'였으나, 거기서 한 걸음더 나간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유족들로부터는 "한국당은 그 더러운 입에 세월호의 '세'자도 담지 말라"(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민주당 역시 해당 내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고, 김영춘 장관 브리핑 이후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장관이 보고받고 제대로 대처를 못 한 것은 문제"라면서도 "이미 김 장관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태 수습 후 국민의 뜻에 진퇴를 맡기자고 한 만큼 일단 지켜보자"고 했다.

전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펄쩍 뛰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빈 방문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 등을 소화하고 있어 유골 은폐 사태에 대한 추가 지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장관의 브리핑 뒤 "현장에서 최초 판단이 있었고, 이후 보고를 받은 장관의 판단이 있었으니 내용은 조사를 보다 정확하게 한 다음에 판단하는 게 좋겠다"며 "조금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언론에 나중에 보도되기를 바라는 요청도 들어있다"며 "이를 좀 더 종합적으로 본 다음에 판단해야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들의 요청이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유가족들도 유골 수습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했다는 뉘앙스다.

이 관계자는 김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김 장관이 이 문제를 굉장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진심의 표현일 것"이라며 "장관의 거취를 쉽게, 빨리 이야기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아직 전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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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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