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정상화 전환점…사드 갈등 여전히 복병

성과와 한계 동시에 보여준 한중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1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12월 중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키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양 정상은 또 북한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해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시 주석은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 그리고 리더십의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중 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도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 뒤 별도의 합의문은 내지 않았지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 정상화를 정상 차원에서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내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방한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만일 사정이 여의치 못해 못 가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이를 위해 각급 차원에서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위급간에 대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은 한중 고위급 간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국제 이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문 대통령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쌍중단(雙中斷 :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1단계 핵동결, 2단계 핵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사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이 말끔하게 조율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당초 정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하지 않기로 했던 것과 달리,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이 사안에 대한 양국 인민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역사의 시험을 감당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중-한 관계가 현재 관건적인 시기에 처해있다"며 "쌍방은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정치적 상호신뢰를 보호하며, 소통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에는 한중 관계 복원의 최대 걸림돌인 사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앞서 우리 정부가 밝힌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 동맹 불참)'의 실질적 이행을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10.31 사드 공동 발표문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 초반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한 뒤 현재 상황에서는 양국간에 미래 지향적인 관계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시 주석이 사드 문제를 언급하자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구체화된 로드맵은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과 시 주석이 가능성을 열어둔 내년 초 답방 등을 통해 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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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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