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분당도 불사' 천명에 국민의당 격랑속으로

안철수 '적폐청산' 비판 부메랑...유성엽 등 "중대한 결단" 언급

바른정당 분당(分黨) 사태의 불똥이 국민의당으로 튄 걸까.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을 놓고 내홍을 빚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안 대표가 독일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한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나"라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했던 역풍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독일·이스라엘 방문차 출국 중인 안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에 대한 당내 문제 제기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짧은 외국 방문 기간 중에 서울에서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중에는 제가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도 있어 힘들지만 오래 참고 있던 몇 마디를 하려 한다"며 "당의 한 중진 의원이 대놓고 저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판은) 정당에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행위는 논리로나 형식으로나 정상적 문제제기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격분을 숨기지 않았다.

안 대표가 언급한 '한 중진 의원의 공격'이란 이날 오전 유성엽 의원이 국민의당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 올린 글을 말한다. 유 의원은 글에서 "최근 당의 행보와 장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 3일 '최순실 재산환수법에 국민의당이 소극적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안민석 의원을 고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안 의원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과한 이상 그를 고발까지 하는 것은 적폐 청산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저는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 몇몇 의원들과 함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당대회 직후 제 방을 방문한 안 대표에게 '대선 패배 후 당 대표에 출마한 것도 비정상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출마했는데도 당선된 것은 당이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느냐가 매우 중요한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며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인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 게 뭐가 있을까? 특히 다른 정책들은 몰라도 적폐 청산은 당연히 철저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이어 "어설프게 국정감사 와중에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분열을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 분란만 야기해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시도당위원장은 유 의원의 글에 대해 "저도 같은 의견"이라며 "안 대표 리더십으로는 지방선거 치르기 힘들 듯하다.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이 글을 올린 메신저 대화방에는 "어떤 동기와 이유에서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안 대표의 이번 독일 ('복수') 발언은 해서는 안 될 크게 엇나간 말이었다"며 "리더의 계속되는 잘못된 판단과 행보가 당을 회생 불능의 구렁텅이로 자꾸만 몰아가고 있는 듯해서 너무나 안타깝다"는 비판도 올라왔다. 안 대표가 추진했던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재인 정부 비판을 "무모하고 몰역사적인 보수 우경화"라고 규정한 글이었다.

또 이날 국민의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 일동'이라는 명의로 "안철수 퇴출 서명운동"이라는 제안이 나돌기도 했다. '평당원 일동'을 자처한 이들은 "안 대표는 당 정체성에 반하는 세력(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며 "호남 개혁 중진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지역위원장 일괄 사표를 강요하는 등 독단적 당 운영으로 당내 분열을 가속화시켰고, 당 대표가 되면 지지율을 두 달 내에 두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호남 민심과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여론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지지율은 정체 상태"라고 주장했다.

'평당원 일동'이라는 이들은 "대다수 국민이 적폐 청산을 시대적 대의로 인식하고, 대표적 적폐인 MB 구속수사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등 보수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당 강령을 위반한 해당행위로써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마땅하다"며 "일련의 반개혁적 노선과 보수 우경화 선언으로 국민의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으며 존재감은 전무한 실정이고 중도개혁 이미지는 보수·수구 이미지로 퇴색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 패배는 명약관화"라며 "따라서 국민의당 개혁과 당 사수를 바라는 당원들은 당 명예를 실추시키고 해당행위를 한 안철수 출당 서명운동과 퇴출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했다.

사실 유 의원이나 '평당원 일동'이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삼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논란은 이미 꺼져 가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며 △안 대표가 독일에서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현지시각 3일) 등의 발언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있었으며, △특히 바른정당 통합파들이 탈당을 결행함에 따라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정책·선거연대의 향방이 묘연하게 되면서 당 내 잠복해 있던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이 일거에 끓어오른 것으로 보인다.

빅지원 전 대표도 "제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저는 오래 전부터 바른정당의 분열은 11월에 있다고 했다. 올 것이 왔다"며 "(바른정당과) 통합, 연합, 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 어떻게 되겠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 됐다"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재차 비판하고 나선 것 역시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 글에서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그는 "어떤 이들은 제가 적폐 청산을 반대한다고 공격한다"며 "저는 청산과 결산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폐 청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적폐를 청산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 청산'이란 정치 기술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이라는 묘한 이름의 비방 격문은 정체와 의도가 비정상으로 보여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단 한 가지만 반론한다"며 "제가 'MB 구속수사' 반대한다고 규정하고 엉뚱한 공격을 하는데, 제가 하는 말은 '적폐 청산의 구호를 앞세워 분위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엄정한 증거를 들이대고 법과 절차대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몰아가기 정치' 하지 말고 사법적 소추를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유 의원 등의 리더십 비판에 대해 "안민석 의원을 고발한 게 적폐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며 "대선에 패한 후보가 대표에 나온 것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비판을 넘어 '당선된 것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다. 당 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저의 당선이 비정상이면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보고 계신 것인데,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하기도 했다. 사실상 유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그는 "우리는 특정인 극렬 지지 세력의 온라인 여론 농단에 눈돌릴 여유조차 없다.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지금 우리 지지자와, '좀 더 강해지면 지지하겠다'는 잠재 지지자를 보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며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이 역시 불만 세력과 굳이 당을 함께할 필요가 없다는 결기로 해석됐다.

한편 안 대표는 바른정당 분당 사태에 대해 "바른정당이 겪고 있는 진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지난해 12월, 그 분들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국정 농단을 단죄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과, 그 분들이 정당을 만들어 걸어온 지난 10개월이 의미 있는 길이라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남으신 분들이 당을 잘 추스려 나가시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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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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