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교편향' MBㆍ한나라, 사찰 출입 말라" 파장

"템플스테이 예산 전면 삭감,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접었다"

조계종 총무원이 9일 4대강 예산이 포함된 정부 제출 예산안에 대한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원의 사찰출입금지를 선포했다.

조계종은 물론이고 천주교에서도 산하 특정 위원회가 정부를 규탄한 성명을 발표한 전례는 있다. 하지만 이날 성명은 '대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 명의로 나온 것으로 그 의미가 엄청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여당과 불교계의 마찰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양측 관계가 바닥까지 떨어진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병국 문방위원장,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조창희 문화부 종무실장 등은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의 면담을 위해 조계종으로 찾아갔으나 문전박대 당했다.

"새해 예산안이 폭력적으로 날치기 통과됐다"

▲ 조계종이 정부여당이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현 정부와 사이가 크게 나쁘지 않지만 이날 성명은 이례적으로 총무원 명의로 냈다. ⓒ뉴시스
조계종 성명은 제목부터가 '졸속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로 야당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조계종은 "2010년 12월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새해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규정했다.

화쟁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측 인사와 여야, 시민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면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했던 조계종은 "그런데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채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여야와 각 당의 합의는 고사하고 논의과정 조차 생략된 채 폭력적으로 날치기 통과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은 '국군해외파견동의안', '4대강 주변 개발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등 끼워넣기로 처리된 법률안을 지적하는 것도 빼지 않았다.

또한 조계종은 "더구나 이번의 폭력적인 예산통과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불교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진 '템플스테이' 예산을 종교 편향적 입장을 가지고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기독교 단체들의 삭감요구가 높았던 사안이다. 조계종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러한 태도를 장로 대통령의 종교편향적 시각과 민족문화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증하는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적 언행과 행정 처리,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끊이지 않는 불교 폄훼 사례들에 대해 인내해왔지만 이제 기대를 접었다"고 선언했다.

이어 조계종은 △종교편향을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전국의 사찰출입 거부 △국민여론을 외면하고 각종 절차와 협의를 무시하여 진행하는 4대강 사업 반대 등의 5대 방침을 채택했다.

조계종은 오는 17일 본사주지회의와 템플스테이운영 108개 사찰 주지회의, 원로의원회의, 중앙종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고, 전국 사찰에 4대강 반대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좀 더 강력한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조계종 내 '온건파'도 완전히 돌아서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취임 당시 현 여권과 관계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좌파 주지' 발언이 나왔을 때도 미온적 태도를 취하다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스님과 충돌을 빚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KTX기차역에서 통도사 병기 삭제,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 예산에 대한 개신교계의 압박, '땅밟기' 사례 등이 터지면서 불교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4대강 문제에 대해선 불교계의 강경파와 온건파가 한발씩 양보해 화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여당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코자 노력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최근 자승 총무원장은 취임 인사차 온 김황식 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조계종의 이번 성명에 대해서도 '템플스테이 등 실리적인 문제와 4대강 등이 결합되면서 조계종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영남 지역에 특히 강세인 조계종의 사실상 '반정부 선언'에 정부 여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사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개신교신자인 김황식 총리, 불교계와 악연이 있는 안상수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 주요 인사 중 불교계와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은 전무한 상황이다.

다음은 조계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졸속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10년 12월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주적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새해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우리 조계종단은 금년 상반기부터 화쟁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는 노력을 해 왔다.

최근에는 종교계와 정부, 여야정치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사업국민적논의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우려와 반대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정부당국에 요청해 왔다. 

그런데 4대강사업에 대한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채 새해예산안이 처리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여야와 각 당의 합의는 고사하고 논의과정조차 생략된 채 폭력적으로 날치기 통과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군해외파견동의안, 4대강주변 개발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등 법률안들이 심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무더기로 통과됨으로서 불교계의 충정과 국민의 우려를 무참히 짓밟고 말았다. 

더구나 이번의 폭력적인 예산통과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불교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진 '템플스테이' 예산을 종교 편향적 입장을 가지고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템플스테이 사업은 불교계가 사찰의 시설을 일반에 개방하여 이용하게 하고 사찰이 보유한 민족문화유산을 활용하여 국민의 문화향유와 여가선용을 돕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특히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사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정부가 문화관광사업 차원으로 불교계에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템플스테이는 그 후 7~8년이 경과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사업으로 자리잡았고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와 통계를 통해서도 한국문화와 국가브랜드 제고에 크게 기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의 요청으로 시작한 이러한 사업이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3년 만에 마침내 종교편향적 정책에 따라 파국에 이르게 되었다.

템플스테이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한 이번 조치는 불교계로서도 참담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게 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역사적 유서가 깊은 전통사찰과 임야, 그리고 사찰이 보유한 각종 불교문화유산들에 대해 사찰의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민족문화유산의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공적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도 없이 각종 규제를 하여왔다.

이는 사찰과 사찰의 문화유산들이 특정 종교단체의 재산이긴 하지만 국가적 가치가 있어 국가법률로 규제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국가가 필요할 땐 공익과 공공성을 내세워 보상없이 불교재산을 규제 하고 국가와 국민들의 이용에 제공하면서, 정작 전통사찰과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필요한 지원에 대해선 특정종교에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 이 무슨 얌체 같은 생각인가?

우리 불교계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러한 태도를 장로 대통령의 종교편향적 시각과 민족문화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동안 우리 불교계는 사찰의 토지와 임야에 대한 활용이 막히고, 건축과 시설을 신축하거나 증개축을 할 수 없도록 규제를 당해왔다. 불교는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간에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손발을 묶인 상태에서 경주를 하는 꼴이 되어버려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부당한 법률적 규제를 감수할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 불교계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증하는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적 언행과 행정 처리,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끊이지 않는 불교 폄훼 사례들에 대해 인내해왔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사업에 대해 특정종교 지원사업이라고 비방해도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새해예산을 다룸에 있어 진지한 심사와 토론과 협의를 생략하고 졸속적이고도 폭력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일부 기독교 단체의 요구를 빌미로 템플스테이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정부여당이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 

이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통사찰과 불교문화유산이 특정종교의 재산이요 시설이기 때문에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만큼 헌법에서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불교재산에만 적용하는 각종 법률규제를 해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불교계는 이제 더 이상 정부가 공공적 필요와 민족문화적 가치를 내세워 불교재산을 규제하는 것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 조계종단은 이천만 불자의 의지를 묶어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 졸속 폭력적으로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처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우리의 방침을 천명한다.

  다 음

  1. 우리종단은 1,700여년의 역사를 민족과 함께 해오며 전통문화를 창달 · 보전해 왔다. 이제 우리 종단은 전통문화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수행과 신도교육, 포교 등 종교 본연의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 민족문화 보호정책 외면하고 종교편향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전국의 사찰출입을 거부한다.

  3. 국민여론을 외면하고 각종 절차와 협의를 무시하여 진행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4. 종교재산과 자율적 활동을 규제하는 전통사찰보존법을 전면 폐지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5.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을 동의없이 국립공원, 도립공원, 도시공원으로 편입하여 종교활동 규제하는 각종 법률을 반대하며 사찰 경내지와 사찰림을 공원에서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  

 2010년 12월 9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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