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직전 문재인 정부 첫 '독자 대북제재'

해외 주재 北 은행 간부 18명 금융거래 차단…美 요청에 발맞춰

한국 정부가 6일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하루 전이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온 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한 금융거래 활동 차단을 위해 6일부로 안보리 제재 대상 금융기관 관계자 18명을 우리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제재 대상으로 삼은 이들 18명은 모두 지난 9월 26일(미국 현지시각)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표한 제재 대상 26명 가운데 포함돼 있던 이들이다.

OFAC 제재 명단에는 올라 있으나 우리 정부 독자 제재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는 금강그룹은행(4명), 제일신용은행(2명), 하나은행(1명), 류경은행(1명)의 해외 주재 지점장들이었다.

외교부는 제재 대상 18명에 대해 "해외에 소재하며 북한 은행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WMD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에 관여(했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의 불법 자금원을 차단하고, 해당 개인과의 거래의 위험성을 국내 및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노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 냄으로써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이 됐든 안 됐든, 어차피 북한 은행은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 또는 한국 소재 외국인(기업)과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 5.24 조치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제재안은 내용 자체보다, 전후를 둘러싼 국내외의 정치적 맥락이 더 주목받고 있다.

먼저 이번 제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 정부의 첫 독자 대북 제재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대화·협력을 더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라 해도, 최근 6차 핵실험 등의 도발 행위는 제재로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시기적으로 보면 이번 제재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불과 하루 남겨둔 시점에 이뤄졌다. 북한에 대해 한국도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라는 미국의 꾸준한 압력을,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방한 시점에 맞춰 수용한 모양새다. 트럼프에게 준 '선물'이면서, 동시에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활용할 '지렛대'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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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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