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혁신은 왜 정치 막장극이 됐나?

[기자의 눈] 자유한국당 혁신에 없는 세 가지

자유한국당에 뒤늦은 '친박 청산' 싸움이 벌어졌다. 고작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의원 세 사람만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는데도, 반항이 거세다. 서청원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성완종 관련 녹취록'을 폭로하겠다고 발끈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갔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을 흡수하고 싶은 마음에 자유한국당이 이제야 '친박 청산' 모양새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상황해 처했었다. 수많은 보수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의 구태스러운 모습에 등을 돌렸다. 그 여파로 보수 분당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제대로 혁신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만도 못하다. 지금 자유한국당에는 세 가지가 없다. '반성'이 없고, 민생을 챙기려는 '노선 변화'가 없고, '인적 쇄신'이 없다.

2011년 12월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우선 '반성'을 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당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고, 그런 아들 딸들을 보는 부모님 가슴은 미어지고 있다. 노력해도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기에 국민이 느끼는 절망감은 더 크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또한 "이제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부터 변해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여야 정쟁 때문에 잠자고 있는 민생 법안과 예산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사회 각 분야에 불평등 구조를 혁파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특히 "우리 경제를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닌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누구나 기회 앞에 평등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민생'을 챙기고 '불평등'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즉,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좌클릭'을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적 쇄신도 이뤄졌다.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을 영입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경제 민주화'를, 이상돈 비대위원은 '인적 쇄신, 정치 개혁'을, 이준석 비대위원은 '청년 분야'를 맡았다. 비대위 구성은 적어도 한나라당이 '뭔가 바뀌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줬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홍준표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뉴라이트 류석춘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 류석춘 교수는 20대 청년들과 만나 "일베 많이 하시라"고 독려했다. 자유한국당이 극우 정당이라고 홍보하고 다닌 꼴이다. 국정 농단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이 없다. 당연히 혁신도 없다. (☞관련 기사 : 황당 류석춘, 청년들 앞에서 "일베 많이 하세요")

혁신위원장과 당 대표부터가 극우파이다 보니, 인적 쇄신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월 당 윤리위원회가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 '당원권 3년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을 '대선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면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 다시 두 사람을 출당시키려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과 몇 주 전에 '불구속 재판'을 당론으로 정하더니, 갑자기 출당시킨다고 한다. 도대체 뭘 혁신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남은 건 저항하는 골수 친박과 홍준표 대표 간의 볼썽사나운 싸움뿐이다.

새누리당은 어떻게 대선에서 승리했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012년 11월 6일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쇄신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쇄신, 무엇을 위한 쇄신이냐가 중요하다"면서 "불퇴전의 각오로 국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어떤 것과도 단호히 맞서겠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 모두 바로 잡겠다"고 했다.

박근혜 후보는 '정치 쇄신안'의 일환으로 국회 특권을 내려놓고, 탕평 인사를 펼치겠다고 했다. 공직 임용 분야에 '기회균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무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사익 추구는 철저히 금지하겠다고 했다. '부패한 보수' 이미지를 탈피해 '깨끗한 보수'의 이미지로 거듭나려 했다. 물론 이 약속들은 당선 이후 '최악의 국정농단'으로 산산조각이 났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말이나마 그렇게 선언이라도 했다.

친박 청산? 강원랜드 취업 청탁은?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당장 '강원랜드' 비리 사건이 터져서 염동열, 권성동 의원 등이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 권성동 의원의 사촌 동생까지도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사람이 법원을 감시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아이러니이자 코미디다. 자유한국당은 비리 연루 의혹 의원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 한 번 소집을 안 한다. 이런 정당이 취업을 못해 눈물 짓는 흙수저 청년들의 미래가 될 수 있나?

그 권성동 위원장이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안 열어주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 유권자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 강원랜드 취업 비리 수사 대상자가 애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방송 장악'에 투쟁한다면서 단체로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나서는 모습은 어떻게 보이겠나. 방송을 망쳐놓은 당사자들이 반성하는 모습으로 보이겠나.

자유한국당은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비대위 체제'만큼도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홍준표 대표 자신이 '뇌물 수수'건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 혁신이란 말이 누워서 침뱉기라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 자신부터가 "설거지는 하늘이 여자에게 정해준 일" 발언, '돼지 발정제 강간 모의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혁신은 감동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유한국당이 뭘하든 이전투구로밖에 안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뼈를 깎는 혁신을 할 자세가 돼 있는가. '건전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친박 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 '강원랜드 청탁 비리자' 진상 조사에서부터 시작하라. 유승민 의원의 '따뜻한 보수'라도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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