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서청원 정치생명 건 전쟁, 그 끝은?

다음주 박근혜 출당 분수령…보수통합 갈림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서청원 의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이 26일부터 잇따라 귀국한다. 잠시 휴지기를 가진 '친박 청산'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자유한국당 입당 문제도 오는 11월 중에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친박근혜계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 의원이 언급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홍준표 대표와의 녹취록을 공개할지 여부다. 서 의원은 지난 26일 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을 폭로할 뜻을 밝혔다.

서청원 의원은 녹취록 폭로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준표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그때 (녹취록에 대한) 제 정확한 입장을, 팩트를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고' 처분을 받은 서청원 의원은 지난 22일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제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면서 관련 녹취록이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탈당 처분을 수긍하지 않고, '진흙탕 싸움'을 벌임으로써 홍준표 대표에게 반격을 가한 것이다.

이튿날인 23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항소심 때 (성완종 리스트 증인인) 윤모 씨의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서청원 의원에게 통화한 객관적인 자료를 저희 당이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 녹취록에 성완종 사건 연루 의혹을 입증할 만한 단서가 있다면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정치 생명까지 흔들릴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당 지도부 찬반 팽팽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내분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오는 28일 귀국한다.

홍준표 대표는 귀국 후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결론 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이고 10일 뒤 자동 탈당 처리되지만, 최고 징계 수준인 '제명'까지 가려면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친박근혜계의 반발에 홍준표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현재 최고위원회 분위기는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홍준표 대표, 이종혁, 이철우 최고위원은 출당에 찬성하지만, 김태흠, 이재만 최고위원은 출당에 반대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점을 꼽으며 홍준표 대표와 삐걱거린 바 있다. 최고위원회의 표결에서 만약 홍준표 대표가 표 대결에서 지면, 리더십에 타격을 받는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2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친박 청산에 대해 "홍준표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을 결정하더라도, 현역 의원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당 규정상 현역 의원을 출당시키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친박근혜계가 대다수였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청환, 최경환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친박근혜계 세력 규합을 도모할 수도 있다.

김무성 "친박 출당 안 해도 보수 통합"

친박 청산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내분의 향배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도 조만간 탈당 시점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탈당파는 '유승민 체제'가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오는 11월 13일 바른정당 정당대회 전에 탈당할 뜻을 밝혀 왔다.

탈당파는 '보수 통합'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친박 청산'을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 선거 전에 어떤 형태로든지 보수가 다시 단합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친박 출당 문제에 대해서도 "그 문제에 대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만약 자유한국당이 서청원, 최경환 의원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에조차 실패한다면,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자유한국당으로 건너갈 명분은 많이 약해진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자유한국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새 판을 짰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도로 친박당'이 된 자유한국당에 백기투항하고 들어가는 모양새기 되는 탓이다. 이럴 경우 설사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가더라도,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들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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