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재개'에 야당 "文정부가 국민에 굴복한 것"

정의당 "국민, 탈원전 열망 뚜렷한 것 확인"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정부 권고안에 대해, 야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 태도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다며 정부 비판에 기세를 올렸다.

자유한국당은 20일 정태옥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공론화위의 대정부 권고안이 건설 재개로 발표됐다"며 "이 정부는 당초 공론화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탈원전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원전(탈핵)을 홍보해 왔음에도 불구, 결국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목소리에 이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1차적으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일부 시민단체 표를 얻기 위해 탈원전을 주장하며, 신고리 원전(핵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4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온갖 소동을 벌였던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며 "공론화위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올바른 결정이 대한민국과 원전(핵발전) 산업의 미래를 살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과는 별개로 공론화위는 향후 핵발전을 축소해야 하는지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53.2%가 '축소'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원내대변인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날로 발전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고 까다롭다는 EU 기준도 통과하는 마당에 2009년 아랍에미리트 수출을 끝으로 8년째 수주가 단 1건도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고 원전 산업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는 탈원전 대선공약을 철회하고 원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도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동소이한 입장을 밝혔다. 손 수석대변인은 "3개월의 시간 동안 공사를 중단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건설업체들과 노동자들의 고통, 낭비된 시간,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기술, 막대한 손해와 공론화 비용 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문재인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멈춰버린 3개월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고 공격했다. 그는 "잘못된 결정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하고, 늦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손 대변인은 나아가 "탈원전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시켜 의견을 제시한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은 월권"이라며 "마치 공론화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은 권고안 발표는 탈원전 부분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해서만 다루겠다던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부산·울산 지역 유세 등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지만, 지난달 안 대표는 "노후화한 원전(핵발전소)의 설계 수명이 다할 때 셧다운시키고 대신 훨씬 더 안전하고 이미 투자한 5·6호기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 방법일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아 환경단체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신고리 공사 중단" 대선 공약했던 안철수 '표변')

바른정당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정부는 이번 권고안을 반영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장기적 에너지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그동안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국론분열을 유발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박정하 수석대변인 명의로 발표했다.

탈핵에 긍정적 입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향후 핵발전 축소 의견이 높게 나온 것에 의미를 뒀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안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공사 재개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역경제가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어 "민주당은 신고리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지속적 원전 축소 방향'에 대해서도 에너지정책 전환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시민의 안전과, 미래세대에게 핵 없는 세상을 돌려주기 위해 밤낮으로 달려온 시민들에게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공론화위 결정을 비판하며 "다만 이번 공론조사에서 원자력 발전이 점차 축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차범위를 넘어 강하게 드러난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신고리 공사 재개와 관련해 "짐작컨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찬성 입장은 원전 그 자체의 효용성보다는 이미 상당히 건설이 진행된 상황에서 중단했을 때의 매몰비용 등 경제성의 측면을 먼저 고려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의미를 축소하며 "정부는 탈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뚜렷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직시하고 단순히 신고리 5·6호기 재개라는 결과만을 취해 노후 원전 폐쇄, 신규 원전계획 백지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재생에너지 전환의 탈원전 정책이 지체되거나 제동을 거는 데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은 "안정적 전력 수급, 일자리, 원전 산업, 지역경제 및 주민보상, 재생에너지 대책 등 국민이 걱정하는 현실적인 우려에 대한 정부 대책이 공론화의 장에 오르지 않았다. 왜 정부가 공론화를 하려고 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과가 안전성을 검증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다수 호기 안전성 문제, 부산·울산·경남 인구 밀집지역 주민의 안전과 방재 대책, 최대 지진안전성 평가 부실 문제, 최신 안전기준 문제, 60년 수명 문제, 핵폐기물 처리문제 등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의 이유가 하나도 풀리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대책을 조속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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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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