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전술핵 구걸'은 北 아닌 문재인 공격용?

[정욱식 칼럼] 있지도 않은 전술핵, 왜 자꾸 배치하라고 하나

국방부에서 12일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자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이 나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김 의원은 우선 "전술핵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미국에서 이런 용어가 붙여진 핵무기 존재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 장관은 미국도 "(전술핵이란 용어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미국이 전량 폐기했으므로 전술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전술핵에 대한 국감장의 논쟁은 잘못됐다. 유령논쟁"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이날 국감장에선 더 이상 전술핵이 거론되지 않았다.

이 에피소드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에선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왔다. 그런데 정작 김종대 의원은 "미국에 전술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송영무 장관도 "맞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야3당은 있지도 않은 전술핵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 것이 된다.

납득할 수 없는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송영무 장관은 9월 초 야당 의원들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질의에 대해 "모든 사안을 포함해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만약 이때 송 장관이 "미국에 전술핵은 없다"고 답변했으면 소모적인 논란은 진즉에 종식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검토"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8월 3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선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했었다. 송 장관이 과연 미국의 핵무기 및 핵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전술 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맞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주로 '비전략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라는 표현을 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표현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때로는 폭발력을 크게 낮췄다는 의미에서 '소형 핵무기(small nuclear weapon)'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미국 군부의 생각은 뭘까? 합참 차장인 폴 셀바(Paul J. Selva)는 소형 핵무기 옹호자이다. 적대국이 소형 핵무기를 이용해 공격해오면 미국도 소형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핵무기를 관장하는 전략사령부의 존 하이튼(John Hyten) 사령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전술핵 자체가 "매우 위험한 용어"라며 이렇게 말한다.

"전술핵이라고 표현하면 미국이 전술적 효과를 위해 전쟁터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건 전술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약 상대방이 비전략 핵무기든, 전술핵이든 어떤 핵무기라도 사용하면 미국은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 금지선을 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근본적으로 억제용이다. 상대방에게 가공할 보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되면 그 가치는 실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바로 핵무기의 역설이다. 그런데 전술핵이라는 표현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정부와 군부는 이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사용해도 미국은 전략 보복을 가하겠다는 독트린을 공식화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질문. 용어가 어찌되었든, 미국은 한국에 배치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을까? 핵 삼축(nuclear triad) 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한국에 상시 배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유일한 선택은 F-15, F-16, F-22, 잠재적으로는 F-35에 장착할 수 있는 B61이다. 이 핵폭탄의 폭발력은 0.3-340 킬로톤으로 다양하다. 전술적, 전략적 목적으로 혼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61을 한국에 배치하면 되는 것일까? 전술핵 배치론자들에게는 안된 소식이지만 이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은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나토 동맹국 기지에 180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무기를 한국으로 옮기는 것은 나토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그럼 미국 내 저장되어 있는 B61을 배치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핵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존 울프스탈은 이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에 있는 B61은 점차적으로 폐기되고 있어 이걸 되돌리는 것은 전례도 없고 그래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프스탈은 "미국은 한국에 배치할 핵무기가 없다"고 단언한다.

기실 전술핵은 한국전쟁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중국의 참전으로 수세에 몰린 미국은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었다. 당시 핵 공격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지만, 적군을 직접 타격할 작은 핵무기가 없었다는 게 미국의 고민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미국은 전술핵 개발에 착수해 1952년 핵 대포를 선보였다. 그리곤 조중연합군의 전방 주둔지인 개성을 1차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다행히 미국이 D-day로 잡았던 54년 5월보다 10개월 빨리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한국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미국 핵무기가 한국에 다시 배치되면 어떻게 될까? 그건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이 핵전쟁으로 재발될 수 있는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하여 한국의 국회의원이라면 한반도 핵 문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을 조속히 종식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국회의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상당수 야당 의원들은 오로지 전술핵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들에게 전술핵 재배치론의 유일한 가치는 이에 대한 불가 입장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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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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