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거운 부산.울산지역은 '엘시티 사건'으로 대표되는 초대형 비리 사건들과 최근 일어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의 사회적 문제, 지역 경제 붕괴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레시안은 추석을 맞아 부산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문제점들과 함께 내년 6월 시작되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 내 여야 정당들의 주요 정치인들을 비롯해 부산시장,부산시의회의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차례로 들어보고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990년 12월 31일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1991년 6월 20일 실시된 광역자치의회 의원 선거를 통해 부산시의회는 소속의원 51명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돌입하게 된다. 이후 의회 구성 또한 보수 성향이 강한 도시답게 현재까지 한나라, 새누리, 자유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로 채워졌다. 무려 26년간 이어져 온 독재체제는 수많은 비리와 병폐를 양산했고 이를 지켜보는 시의원들은 중앙에서 벌어지는 악습과 구태정치를 그대로 답습해 왔다.
작년에 터져 나온 '엘시티 비리'는 이런 1당 독재체제의 문제점을 안은 정.관.재계 비리의 종합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부산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대부분이 같은 정당소속으로 서로 간의 감시.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부산 지역 내 온갖 부정 부패사건과 비리들을 양산하게 됐고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을 비롯한 부산시민들에게 비난의 뭇매를 맞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고 이들의 운명을 가를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뒤늦은 대책으로 시의회 역활론까지 거론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와 부산시민들은 과연 이들에게 어떠한 심판을 내릴지에 대한 결과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지금 부산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어렵고 혼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온전히 이들의 몫이다.
2017년 부산시의회는 전체의원 47명 중 자유한국당 43명, 국민의당 2명,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소속 시의원 각각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 프레시안은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4선 의원으로 16년째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시의회 백종헌 의장과 인터뷰를 통해 부산시의회가 생각하는 부산지역의 문제점들과 해결책 등을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부산시의회 백종헌 의장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함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이 일시중단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따른다는 데 부산시의회의 입장은 어떤가? '건설 중단'과 '건설 계속'의 각 결정에 대한 부산시의회의 향후 대책은 무엇인가?
백종헌 의장 : 최근 우리 정부는 환경과 안전, 국민건강이라는 가치에 방점을 두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였던 고리 1호기가 지난 6월 영구정지하면서 '클린에너지 시대'가 열렸다. 전기는 공공재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동시에 직접적인 사용과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한 적정 대가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재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저는 4선 의원으로서 16년째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여러 분야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겪어 왔지만, 근년처럼 원전을 비롯해 에너지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우려가 높았던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의회에서는 지난 2012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원전안전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안전한 원전과 클린에너지 확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대응을 해왔다. 또 대정부 건의문, 5차례에 걸친 심포지과 전국의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화력발전소, 방폐장 등 답사 후쿠시마 원전지역을 직접 방문, 지역의 주민과 시민단체, 행정기관과 논의 진행 그 결과 고리1호기 영구정지, 비상계획구역 확대, 폐로기금마련, 원전안전 광역 행정협의체 구성 등 성과를 냈다. 앞으로 부산시의회는 관련 조례에 대한 전면적인 법제검토와 현재 부산시에서 운영 중인 조례 등에 대한 점검과 에너지공사 설립 등의 신규 자치법규 제정, 원전 지역의 '국가에너지 전략특구' 지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올해 부산의 경우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관광분야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부산시의회 차원에서의 입장과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백종헌 의장 : 현재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 관광산업 전체가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창의적인 융복합을 통한 차별화된 관광플랫폼 구축으로 보다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 생산, 소비자 수요에 따라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감성적 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하다.
부산시의회에서는 부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자금과 인력, 기술, 창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 근거를 마련해 향후 부산만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 개발, 해양관광 상품개발, 홍콩·대만·태국·말레이시아 등 신규 시장으로서 동남아 관광객 유치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부산 관광산업 성패는 서비스산업을 대표하는 관광산업에서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도입과 활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에 따른 플랫폼 구축, 사물인터넷 도입,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이 향후 관광산업의 메가트렌드이자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울산에서는 청년인턴지원 사업 등으로 600여 명 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한편 부산은 정규직 채용 소식보다 각 노조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백종헌 의장 : 지금은 '빠른' 해법보다 '바른' 해법이 필요한 때다. 현 정부 들어 고용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고 했지만, 8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악(最惡)인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단연 민간과 기업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정책, 임금분포공시제 도입 등으로 지금의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구조 개혁, 규제 혁파, 생산성 혁신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 내수 주도 성장도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반면 질 낮은 일자리의 양산은 소비·생산·투자 감소를 낳고 다시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과 함께 지역사회나 국가 전체적으로 불안을 초래할 뿐이다.
특히 지금 우리 부산 지역경제는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큰 시련 겪고 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장기적으로 일자리 늘리기에 힘을 쏟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보고 앞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프레시안 : 최근 들어 부산은 연이은 고독사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학교 내 성추행 파문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문제들이 유독 부산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와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백종헌 의장 : 최근 발생한 중학생 폭행사건이나 잇따른 고독사 등은 현재의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나 예방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촘촘히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독사 고위험군 대상자나 학교폭력 당사자들에 대해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딱히 없어 체계도 주체도 없이 파편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권한이나 책임 문제도 명확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의회에서는 통합적 사회안전망 재검토에 나설 것이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고독사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고독사를 빨리 발견하는 것보다 근원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이번 여중생 폭행사건처럼 뉴스로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눈높이에 맞는 예방대책과 피해 학생들의 보호·치유 및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 등이 미흡한데 이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산시의회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행정사무조사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현황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프레시안 : 부산은 '엘시티 비리'를 비롯해 공무원 비리, 부정행위, 횡령 등 1년 사이에 많은 사건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부정부패와 비리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부산시장과 구청장, 대부분의 시의원이 전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시의회의 감시·감독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부산시의회의 입장과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백종헌 의장 : 시의원과 시장, 구청장들 다수가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의회는 생활정치와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곳으로 권력을 놓고 경쟁을 하는 중앙정치와 다르다. 우리 시의원들에게 주어진 소명은, 서민들의 살림을 구석구석 살피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면서 미래 부산 발전의 토대를 다지는 일이다. 오직 시민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지역 발전과 시민행복 증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으는 의회 만들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결국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만을 안겨줄 뿐이지만 제대로 잘 운영만 한다면 견제와 균형의 정치, 선의의 정책경쟁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초당적인 자세로 대립과 반목을 멀리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앞장서겠다.
프레시안 : 부산시의회 의장으로서 부산지역 현황에 대해 그리고 부산시 발전을 위한 계획과 시민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가?
백종헌 의장 : 우리 정치가 바로 서고 지역경제가 살려면 아무리 정책 노선이 다른 정파라 해도 서로 논쟁하면서도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의회 문화가 필수적이다.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매몰된 현 정치권의 비타협적인 의회 문화를 바로잡고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위대하다는 믿음을 실천해 나가고 싶다. 갈등과 분열의 골짜기가 아무리 깊다고 한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계속하다 보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의장으로서 우리 의회가 시민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시민 여러분께 새로운 변화와 더 큰 희망을 안겨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의회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취재]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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