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가자, 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발을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친북 좌파 정권의 정치 보복 쇼"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9일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중심이 돼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야당 사찰, 관권 선거, 언론 탄압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며 "사법 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지난 시기 국가 권력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떻게 유린했는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는 "어제 당 적폐청산위원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BS에 적극 개입하고, 우리 당 도청 수사를 무마한 사실도 확인됐다. 민주당의 지자체장을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행정적, 재정적 압박까지 가했다. 더 놀라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망언을 서슴지 않은 정진석 의원 등 MB 비서진에 대한 총선 출마를 지원하는 청와대의 관권 선거 계획이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관련 기사 : "좌파 문예단체 → VIP 보고"…MB는 다 알고 있었다, MB 청와대 "정진석·박형준 등 당선돼야 퇴임 후 안전판")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청와대 문서, 국정원 문서 등이 이명박 대통령이 각종 불법의 '몸통'임을 알리는 '스모킹건'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국기 문란'의 원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증거가 나온 만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날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며 침묵을 깨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할 수 있음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침묵 깬 MB "나를 두고 적폐청산? 성공 못할 것")
"사찰 원조 이명박…국기 문란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추미애 대표는 "'퇴행적 정치'에 연연한 전 대통령의 이런 비겁한 항변에 국민은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MB 정권은 사찰 공화국에 이어 공작공화국임을 보여줬는데, 이를 묵인하는 것 또한 국익을 해치는 것이고, 이런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어느 정권이든 국정원과 경찰을 동원해 야당 지자체장을 사찰해도 되고, 공영 방송 장악을 위해 임직원의 동태를 감시해도 되나? 총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블랙리스트를 보고받는 등 불법적인 정치 공작을 해도 되나"라고 반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사찰 공화국과 다름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해도 '국기 문란 사건'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고, 검찰은 헌법을 유린한 이명박 정권의 공작 정치의 진상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가세해 적폐 청산은 퇴행적 시도라는 망발까지 늘어놓았다"며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헌정 질서를 뒤흔든 과거에 대한 청산 없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로 갈 수 없다"고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신적폐, 정치 보복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홍준표 "친북 좌파 정권이 박정희·이명박 등 우파 정권 부정"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여권에서 검찰을 앞세워 벌이고 있는 MB 정부에 대한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쇼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부를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된 친북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5·18 재수사로 전두환·노태우 부정,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취소, 새마을 예산 대폭 축소로 박정희 부정, 건국절 논란으로 이승만 부정 등 앞서 간 우파 정권은 모두 부정하고, 자신들의 좌파 정권만 정당하다는 것"이라며 "5년도 남지 않은 좌파 정권이 앞서 간 대한민국 70년을 모두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돼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어 그 앞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에만 여념이 없는 것은 참으로 추석 연휴를 앞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중한 안보 상황'을 들며 불리한 국면을 돌파해오던 자유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하느라 정작 북한의 제6차 핵 실험에 대한 국회 규탄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바 있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의 '안보 만찬 회동'에도 '일대일 대화 아니면 안 한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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