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문예단체 → VIP 보고"…MB는 다 알고 있었다

"최시중 통해 KBS 개입…우파 세력 만든 핵심이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위가 28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문건들을 대량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방송공사(KBS) 등 언론 장악,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은 'KBS 관련 검토사항'이라고 적힌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 내용은 청와대 홍보수석, 홍보기획비서관이 함께 작성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날짜는 2011년 9월 11일"이라고 밝혔다. 당시 홍보수석은 김두우 수석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프로그램 전반적 내용을 보면 좌파적 세력의 활동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실려 있다"며 또한 "KBS 상황에 대해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사건과 수신료 인상 저지 등으로 인해 김인규 사장이 동력을 상실했고 입지가 약화됐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의 거취, 교체까지 검토하고 있고, 김 사장에게 향후 인사 개혁을 주문했는데 이는 말은 '개혁'이지만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해당 문건을 보면 "'청(청와대 지칭)이 직접 나서는 것은 신중 접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역할'이라며 실질적 조치의 이행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시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작성시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KBS, 정부비판보도 증가' 문건의 경우 문건 상단에 '행안부 장관(친전)'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인사 조치'의 대상에 대해 이 의원은 "KBS 내 좌파 성향 주요 간부"라는 제목의 명단이 문건에 담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정책실·심의실 등 모든 구성원의 인적 정보를 분류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호남·좌파 PD의 비판 프로그램 방치에 동조', '친 민주당', '노골적 좌파'라고 돼 있다. 어떤 근거로 했는지 모르지만, 4대강 행사 거부 등 당시 정권에 비판적 내용을 취재하거나 방송한 경우 이런 성향으로 분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특정 매체 기자 취재 내용, 특정 탐사 프로그램 등에 대해 수시로 보고하는 형식의 문건을 확인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이 한 때 이뤄진 게 아니라 수시로 점검을 하면서 서서히 장악해 왔고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 드러나는 문건"이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 최고위 도청사건과 관련해 아직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 문건을 보면 '검찰 수사발표에서 무혐의 처리로 부담을 경감토록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며 "(문건에서) 언급된 4개월 후에 검찰은 실제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가) 관련 지시를 통해 검찰을 압박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진선미 의원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에서 '문화 발전 균형화 전략'이라는 문건이 작성됐음을 밝히며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2008년 8월 27일 작성 문건으로, 제가 2012년 공개했을 때는 부분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그 모든 행위를 다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블랙리스트, 화이트 리스트의 단초가 되는 게 이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문건 내용을 보면 그간 '좌파 문화권력화' 실태로 문성근 씨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을 만들어 권력화했고, 이창동 감독 등을 국립 문화기관 수장으로 임명해 제도권을 통해 좌파 세력화를 시행했다고 돼 있다"며 "이 문건 작성 후 3개월 후 이들은 모두 해고됐는데, 이 문건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BH는 민정을 통해 위원장의 인적 청산 작업을 지속 감시·독려'라고 명백히 나와 있다"고 재강조했다.

진 의원은 "이는 국정원과도 연결된다. 국정원이 산하기관 장악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게 KBS, MBC 장악 사태에서도 확인됐다"며 "우파 문화세력을 만드는 작업의 핵심이 'BH(청와대)'였다. 청와대가 총괄기획을 맡은 것으로 돼 있다. 문건의 '향후 일정'을 보면 '9월에 대통령 보고'라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 청와대 근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프링 노트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 중에 포함돼 있었다.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는 "(스프링노트) 필기 내용을 보면 'VIP 주재 수석회의 안건'이라며 '2월 20일. 좌파 문화예술단체 → VIP 보고'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노트의 'VIP 보고'는 '균형화 전략' 문건에서 제기되던 문화예술계 좌파 인사 축출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해 왔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과 민주당 적폐청산위에 따르면, 이 노트의 '2월 2일' 항목에는 '종교계 좌파 동향', '이연택 문화부 미스핸들링(mishandling). 사적 감정 가질 필요 ×. 명예퇴임토록 해야. 대통령을 위한 일' 등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 적폐청산위가 28일 오전 이명박 정부 정치공작 의혹 관련 문건들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범계 위원장, 진선미 의원, 이재정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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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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