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 "정진석·박형준 등 당선돼야 퇴임 후 안전판"

'화이트리스트' 총선 지원…'블랙리스트' 박원순 "좌파 인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사찰했던 문건이 나왔다. 반대로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전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등의 총선 당선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밀어주려 한 문건도 나왔다. 이른바 '정치인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 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당시 야권 지방자지단체장 31명에 대한 동향을 보고하고, '제압'하기 위한 지침을 담고 있다.


'좌편향 종북 단체장 제압 문건'

이 문건은 야권 지자체장을 '좌편향 종북 반미 단체장', '포퓰리즘 남발 단체장', '정부 대북 정책 불신 단체장' 등 크게 세 분류로 나누고 있다. 문건에서 최성 고양시장은 '좌편향 종북 반미' 단체장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포퓰리즘 남발 단체장'으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정부 대북 정책 불신 단체장'으로 분류됐다.

이 문건은 "일부 야권 지자체장(광역 8명, 기초 23명)들이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 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 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며 "특히 4대강 사업 저지를 정부 정책 흔들기의 핵심 방편으로 삼아 예산 낭비 등 야권, 좌파의 비판 논리를 무조건 추종하거나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해결책으로 이 문건은 야권 '블랙리스트'에 올린 정치인들을 "당정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적극 견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재정경제부, 감사원 등에 구체적인 대응 조치까지도 지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정안전부는 해당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를 감액하고, 재정경제부는 예산을 삭감하며, 감사원은 기관 운영 감사, 재정 운영 실태 감사를 하라고 적었다.

이른바 보수 언론, 보수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동원했다. 이 문건은 '블랙리스트 야권 지자체장'을 "한나라당 시도당을 통해 집중 추궁하라"고 했고, "건전 언론 및 보수단체와 협조해서 규탄 성명을 내는 등 지역 내 비판 여론을 조성해 지자체장 행보를 저지하라"라고 적시했다.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 운영 저해 주요 사례'라는 문건을 보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동향이 자세히 수시로 보고되고 있었다. 일례로 이재명 시장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 반대 → 지역 좌파 단체들의 '4대강 사업 비판' 사진전을 시청에서 개최토록 지원"이라고 보고했다. 안희정 지사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 활동을 주도"했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좌파 인물"이라고 분류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MB 청와대, 정진석·박형준 총선 당선 프로젝트 가동

반면에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에 대한 '총선 당선 프로젝트'를 청와대가 가동하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됐다.

2011년 1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팀에서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총선에 출마하려는 청와대 출신 인사를 조직적으로 도울 계획을 세웠다. 지원 대상자는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전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 정문헌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 심학봉 전 지식경제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등 청와대 출신 인사 11명이었다.

이 문서는 "대통령실 전출자 중 행정관 이상 11명이 내년 총선 출마 준비 중인데, 대통령실 차원의 직간접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VIP(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행하고 VIP 퇴임 이후 안전판 역할을 하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청와대 출신 인사 11명의 "동향 파악, 지역 민원,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지원 창구를 청와대 안에 설치해 총선 전까지 한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이 '지원 창구를' 1안, 청와대 정무수석실, 2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3안, 청와대 총무기획관실에 설치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가 재향군인회 선거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왔다. 2011년 '향군회장 선거 건'이라는 문건을 보면, "향군이 내부 분열하는데다 회장 선거가 내년 총선 시기와 중복돼 향군의 총선 지원이 저하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재향군인회를 집권 여당의 총선 지원에 동원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문건은 대안으로 "향군회장 선거 일정을 4월에서 2월로 조정 검토(보훈처)"하라고 했고, 재향군인회를 "국정 운영 후원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라고 적시했다.

신경민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은 "청와대가 총선 지원 창구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수혜자들도 문건의 존재를 알 것이기에 박형준 전 의원, 정진석 의원 등도 고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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