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28일 야권을 일제히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 선봉에는 자유한국당이 섰다. 훙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 왕특보의 북핵 인식에 대한 마구잡이식 발언을 들어 보면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라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가 아니라 북한 중앙방송 아나운서 같다"며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당의 이용호 정책위원장은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에 금언령(禁言令)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특보의 발언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대북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여야 합의문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번지수부터 잘못 짚은 것이다. 문 특보의 발언 취지는 '한미동맹을 깨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한반도 위기의 본질"인 만큼, 전쟁 방지는 우리의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이냐, 전쟁이냐'는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동맹 파기를 불사해서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런 시그널을 보내야 미국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임' 특보가 이 정도 취지의 발언도 못한다면?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극우·보수 정당에 돌려주고 싶다. '그럼 당신들은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
한미동맹은 안보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잘 나와 있는 것처럼, 한미동맹은 '방어 동맹'이다. 그런데 미국 내에선 예방전쟁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건 국제법적으로도 불법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안보를 입에 달고 사는 이 땅의 보수정당들은 문정인 특보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비를 걸기보다는 안보의 이름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야 마땅하다. 우리에게 최고의 안보는 평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무너진 안보를 바로 세우겠다"던 보수 정권이 어떻게 안보를 무너뜨렸는지 똑똑히 봤다. '국가' 안보를 빙자해 '정권' 안보에만 몰두한 결과였다. 기실 대선 정국에서 맹위를 떨쳤던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라는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들의 발언은 안보 무능을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보수 야당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 적반 하장식의 정치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안보 위기에 편승해 '정당' 안보를 추구하려는 속셈을 모를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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