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과 424개 시민단체 의기투합, 한국당만 몽니

"비례성 강화 선거제도 개혁" 공감대…국회 정개특위 성과로 이어질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정(民·政)연대' 발족에 뜻을 모았다. 표의 등가성 확대, 비례성 강화라는 선거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과 시민사회 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종걸·김두관 의원, 국민의당 천정배·정동영·김동철·주승용·박주현 의원, 바른정당 주호영·정양석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노회찬·추혜선 의원은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민정연대' 추진 간담회에 참석해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탄핵 연대' 4당 소속 의원들뿐 아니라,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곽노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대표(전 서울시교육감), 이충재 YMCA 사무총장, 최태욱 한림대 교수, 김준우 민변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와 학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모임을 주관한 정동영 의원실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혁에는 총 424개 시민·사회단체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비례성 강화", "득표율-의석 일치" 방향에 4당 모두 공감대

이종걸 의원은 간담회에서 "제가 지난번 총선 전에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 1년 동안 (선거법 개정을) 협상하면서 첫 번째 목표가 비례성 강화였는데 잘 되지 않았다"며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거의 100% 저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100% 국민 뜻이 반영되는 국회 구성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더 확실히 높인 이후에야 국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개헌도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을 원하는 국민들 앞에, 저희 정치권은 선거법 개정부터 해야 된다는 얘기를 감히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그간 자신이 주장해 온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강조하며 "이 제도를 우리 당(국민의당)으로서는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추진하겠다"며 "반드시 이번에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주현 의원도 "정치학자 (100명 중) 100명이 다 동의한다는 연동형 비례제도,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하자는 게 협잡이고 거래냐"고 한국당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에서는 연동형 비례제 하나에 초점을 둬야 하고, 개헌에서는 분권형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정개특위 간사인 정양석 의원도 "다당제가 유지될 수 있는, 그러면서 대표성이 강화되는 그런 제도를 저희는 바라고 있다"고 가세했다. 바른정당은 전통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에 더 우호적 태도를 보여 왔으나, 이날 아침 열린 바른정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권오을 최고위원이 "지지율만큼 큰 의석 수를 가져가게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가기 위해, 국민 욕구를 수렴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에 대해 백지에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정당명부식 비례제를 주장해온 심상정 의원은 "진보 정당은 초반부터, 그 때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줄기차게 외치며 싸워 왔다"며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은 미뤄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이 자리의 4당은 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낸 경험이 있고, 정치 개혁의 첫 발을 같이 내디딘 동지"라며 "민주당은 오랫동안 연동형 비례제를 당론으로 채택해 왔고 이제 집권당이 됐으니 실천적 결단을 책임 있게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위한 민정연대 추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가 열린 로텐더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은 연단을 설치하지 않고, 참석자들이 원형으로 둘러앉는 방식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도 한뜻…국회 처리 전망은?

시민사회도 같은 뜻이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민심이 그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정치가 신뢰받을 수 있다"며 "그러자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같이 국민 뜻이 그대로 정당 의석 수에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참여연대에서 정치학자 100명에게 물었는데, 하나같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리 선거제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도 "거대 정당들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의석 구조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며 "결국 1당과 2당의 결단이 남아 있을 것인데, 민주당에서도 당론으로 채택해서 확고한 입장을 취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10월에는 저희가 제안한 안과 정치권에서 이미 발의된 법안을 놓고 쟁점 토론을 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조정하는 과정이 진행됐으면 좋겠고, 11월에는 결정을 해야 할 시기다. 시민사회에서는 그에 맞춰 11월 중 대중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민주당 원혜영)에서 다루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바른·정의 3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초 참석에 긍정적이었으나, 이날 광주 방문 일정 때문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개편해서 다당제를 제도화하는 것은 대화와 소통을 통한 협치를 제도화한다는 의미"라며 "이것은 국가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고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게 어느 당에 유리하냐'는 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선거제도는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라며 "저는 어떤 제도가 좋다, 나쁘다고 미리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 유익한 결과를 도출했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적폐 얘기를 많이 하지만, 최대의 적폐는 선거제도"라며 "정육점에서 (고기) 600그램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400그램밖에 안 되는 이런 부당거래가 법적으로 용인되는 것이야말로 적폐"라고 기발한 비유를 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노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해서 다당제 시대에 맞는 선거제도를 열어나가는 데 더욱 노력해야 될 것이고, 민주당에서도 이종걸 의원 등 노장들이 앞장서서 물꼬를 터 달라"고 했다.

이처럼 구 야권인 민주·국민·정의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원래부터 긍정적 반응이었고, 바른정당도 이날 권오을 최고위원 발언이나 주호영·정양석 의원의 이날 '민정연대' 참석 등 변화가 감지되는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국회 정개특위에서 실제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데 우리 야당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받을 수 없다"며 "그것을 전제로 개헌하자고 하는데 그 전제를 받기 어렵다"고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에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략적 선거구제 개편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여당과 국민의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대선거구제는 군소정당 출현 가능성이 커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극좌정당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국가 정체성과 안보 측면에서도 중대선거구제는 받을 수 없다"며 반대론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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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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