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하 현지 시각)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 공영방송인 ARD의 25일 오전 1시 현재 잠정집계에 따르면 기민-기사 연합은 32.8%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사회민주당은 20.4%로 2위를 기록했고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13%의 득표율로 선전하며 3위에 올랐다. 또 기민-기사 연합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돼왔던 자유민주당은 10.7%로 4위, 또 다른 연정 파트너로 예상되는 녹색당은 9%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좌파당은 9.1%로 녹색당을 0.1%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메르켈 총리가 4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 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그의 앞길은 과거 어떤 임기 때보다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 총선에 비해 기민-기사 연합의 득표율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메르켈 총리의 국정 장악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총선 당시 41.5% 였던 기민-기사 연합의 득표율은 이번 총선에서 8.7%나 하락했다.
기민-기사 연합이 하락한 득표율만큼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상승했다는 점도 메르켈 총리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극우적 색채를 띄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지난 총선에서는 4.7%를 기록, 연방의회 입성을 위한 최저 득표율인 5%에 미치지 못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총선에 비해 8.3% 상승한 13%의 득표율을 기록,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에 이어 원내 3당으로 뛰어올랐다. 이들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키우고 있다.
이에 메르켈 총리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당-녹색당과 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 정당의 연정은 '자메이카 연정' 이라고 불리는데, 각 정당이 각각 검정색(기민-기사 연합)‧노란색(자유민주당)‧초록색(녹색당)의 상징 색깔을 쓰고 있어 자메이카 국기와 색 구성이 똑같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별칭이다.
그런데 정책적 지향점이 매우 다른 세 정당의 연정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일 일간지 <슈트도이체 자이퉁>은 메르켈 총리가 "연정 협상이 어렵겠지만 크리스마스까지는 안정적으로 정부를 출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 역시 "이들은 이민자 정책과 에너지 문제 등에 있어 생각이 매우 다르다"라며 연정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자유민주당의 경우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된다면 확실히 연립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입장"이며 "녹색당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또 다른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은 "메르켈은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연정에 성공해야 한다. 이게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사민당이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재선거가 아니라면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메르켈 총리의 총선 성적표가 '실망' 수준이었다면 사민당은 거의 '절망'에 가깝다. 지난 2013년 총선에서 25.4%를 득표했던 사민당은 5.3% 포인트 하락한 20.4%를 득표, 역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특히 독일 현지 언론들은 기민-기사 연합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정권을 창출해 온 유력 정당이었던 사민당이 기민-기사 연합에 네 번이나 정권을 내준 것도 모자라 20% 초반대 득표율에 그쳤다는 점을 주목하며 사민당이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우리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오늘은 독일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 슬픈 하루"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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