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안철수 탓" vs 국민 "대통령 탓"…보수양당 기세등등

책임 공방 속 여소야대 협치 난망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 사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민심을 이기고 존재감을 자랑해서 기쁘냐"고 지적했고, 국민의당은 이번 부결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발끈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부결돼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다"며 "정권 교체의 민심을 담아야 할 집권 여당이 여소야대 4당 체제 앞에 부족함을 드러내고 말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부결된 순간 본회의장에 울려퍼진 자유한국당의 환호, 국회 주도권을 쥐었다고 뿌듯해하는 국민의당이 정부 여당 앞에 놓인 현실"이라며 "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함께한 국민의당에 깊은 자괴감을 갖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같은 당 김태년 정책위원회의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김이수 후보자를 부결시키는 것이 국민의당의 정체성인가"라고 반문했다. (☞관련 기사 : '소수의견 마스터' 김이수, 그는 누구인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보수 야당과 결탁한 국민의당은 호남이 지지하는 후보자 낙마에 앞장서며 호남 민심을 속인 대가로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며 "25~26명이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당에 묻는다. 부결시켜서, 민심을 이겨서 기쁘나? 역사와 국민 앞에 영원한 패배자로 남을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관련 기사 : 자유한국당과 '죽음의 키스'…안철수 "우리가 결정권 쥐어")

"부결 사태가 국민의당 때문? 청와대 때문"

반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부결 책임론에 대한 (민주당의) 분석이 어처구니 없다"며 "이번 표결에서 민주당에서도 반대표가 나왔을 것이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서도 소신 투표를 했을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의당 책임론'을 반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호남 민심을 염려한 듯 "김이수 후보자는 평생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이며 견해 차이가 있을 뿐 그에게 어떤 잘못도 없다"면서도 "문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김이수 후보자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원회의장도 "김이수 부결 사태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 반응을 보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100일 넘게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수수방관한 민주당이 이제 국민의당을 탓하는데, 이게 적반하장이 아니고 뭔가"라고 발끈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청와대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키려다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꼴'이라고 반박했다. 박성진 후보자는 '창조 과학',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류영진 식약처장은 '살충제 달걀'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방식으로 각각 야권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데, 청와대가 이들에 대한 인사를 철회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부결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지 저렇게 발끈하고 야당에 책임 전가하면, 앞으로 국정 과제를 위한 법안이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인준을)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 이러한 나사 빠진 정권의 생각을 가지고 국정을 하지 말고, 대통령 말씀대로 협치를 강화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탄생을 위해서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다음 낙마 목표는 대법원장 후보자"

한편, 김이수 후보자에게 '색깔론'을 덧씌운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은 전날 승리를 자축하며 다음 낙마 목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명수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 거부, 군 동성애 등 예민한 사회 현안에 대해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생각을 가진 분"이라며 '낙마'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의 안정성을 해친 (청와대의) 인선 자체가 헌정 질서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이런 인식이라면 향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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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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