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전 대사는 8일자 <서울신문>을 통해 "(국정감사 증인 요청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면서도 "(한국 국회가) 공식 절차를 밟아 요청해 온다면 그때 가서 일정과 장소 등을 검토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자신이 기고문에서 인용한 러시아 소식통과 관련해 "믿을 만한 러시아 친구로부터 직접 들었고, 또 다른 친구들로부터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조사단이 모든 증거 자료에 대해 접근하지 못했고, 실험을 해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따라서 천안함이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러시아 조사단의 결과는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또 "(천안함) 사고 해역은 암초와 어망, 기뢰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지역"이라면서 "천안함 침몰은 사고(accident)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964년 통킹만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기밀주의 등이 결국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졌던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합조단 보고서가 앞으로도 영원히 비밀로 분류돼 국제사회를 혼미에 빠뜨릴까 두렵다"며 "천안함 사건 원인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를 비롯해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 등이 "그레그 전 대사와 토론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그레그 전 대사의 국회 증인 채택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나라 "맞짱토론 자신있다"면서 "보고서 공개는 신중해야"
전날 청와대가 그레그 전 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토론을 제안한데 이어 이날 한나라당은 그레그 전 대사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안형환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외국의 전직 대사가 그런 한국의 외교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어찌 됐든 그 발언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맞짱토론'을 해서라도 의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정부, 여당은 언제든지 그럴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지금 내용이 아직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공개해야할지 먼저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안 대변인은 "'은폐다', '국민 알 권리를 무시했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니고,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은 정말 많은 고려를 통해서 선택을 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행동들이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해 국민의 32%만 "정부 발표를 믿는다"고 답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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