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0년 전 DJ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

DJ 8주기 추도식 엄수…"평화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 평화, 경제번영 이룰것"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김대중의 길"을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가겠다"며 "국민 통합과 적폐 청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의 과제도 민주정부의 자부심, 책임감으로 온 힘을 다해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던 일을 추도사에서 언급하며 "방파제에 앉아 대통령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의도 바다를 바라보았다. '섬에 자라면서 그토록 원없이 바닷바람을 맞고 바다를 바라보았지만 지금도 바다가 그렇게 좋다'고 자서전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제가 태어난 거제도 바다, 제가 자란 부산 영도의 바다도 거기에 함께 있었다"고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작은 섬 하의도에서 시작한 김대중의 삶은 목포에서 서울로, 평양으로, 세계로 이어져 마침내 하나의 길이 되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본받고 싶은 정의로운 삶의 길이고, 국가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뒤따라야 할 길"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의 상황을 지난 '촛불 대선'에 비기기도 했다. 그는 "저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20년 전,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심정도 같았을 것"이라며 "1998년 취임 연설 중 국민의 고통을 말씀하시면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또렷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IMF 위기 극복을 언급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벼랑 끝 경제를 살리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햇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갔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협력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도 김대중 대통령이다.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다. 이후 참여정부가 끝날 때까지 남북 간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평화가 지켜졌다"고 업적을 기렸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추도사에서 "당신은 하늘에서 새 정부 탄생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며 "당신이 일깨운 시민 정신이 새 정부를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당신 말씀처럼 탄핵정국에서 마지막 승리자는 우리 국민이었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정 의장 외에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원내 5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국민의당 당권 주자들인 안철수·천정배·정동영·이언주 후보들도 일제히 참석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였던 심상정 의원도 참석해, 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심 의원까지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주요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국립현충원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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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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