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에 적극 가담했을 뿐 아니라 파업 이후에는 언론노조 전임자를 지원하는 등 요 관찰 대상.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
문화방송(MBC)이 성향, 회사 충성도 등에 따라 기자들을 분류한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 전망이다. MBC 노조는 그간 숱하게 이어진 보복 인사가 이 문건의 내용을 토대로 이뤄져왔다고 보고, 문건 작성에 개입한 윗선을 추적해 검찰 고발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조합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MBC노조가 입수한 문서 파일은 두 건으로, 제목은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다. 파일 정보에 따르면 이 문건들은 2013년 7월 6일 작성됐으며, 이듬해인 2014년 2월 16일까지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에 있을 때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MBC 사측이 기자들을 성향에 따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했는가를 알 수 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 시기에 따라 나눈 뒤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한 문서다. '☆☆'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 카메라기자 시스템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지 못한 이들", '△'등급은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X'등급은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로 분류됐다.
'요주의인물 성향' 문서에는 X, △, ○ 등급인 일부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특히 'X부류' 12명에 대해선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X부류 12명에 대한 설명을 보면 "주요 부서에서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표현이 있다. 사측이 이 문건을 토대로 보복 인사를 단행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인의 능력부족과 게으름으로 영향력 상실", "우유부단한 성격" "업무능력 부족하고 게으른 성향" 등의 인신공격성 표현도 포함됐다. 그런가 하면, "개인욕심이 많아 기회 시 변절할 인원"이라며 회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MBC본부는 이 블랙리스트 문건이 인사권자에게 보고돼 실제 평가와 승진, 인력 배치 등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 등급인 ☆☆부류 당사자들은 현재 보직을 맡고 있거나 정치부·사회부 등의 주요 영상취재 포스트를 장악했고 그 다음 등급인 '○부류' 역시 관계회사 임원이나 본사 보직간부로 보임됐거나 주요 출입처 근무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 "반면 최하등급인 'X부류'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보도국 밖으로 밀려나 있고, 보도국 내에서도 현장취재 등 이른바 3D 분야에 배치돼 있다"며, "☆☆와 ○부류는 파업 이후 승진 인사 때마다 1~3단계씩의 직급을 승진했다. 그러나 △와 X부류 중 10여 명은 5년간 단 한 차례도 승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실제 부서배치와 승진 등 인사조치 대부분이 블랙리스트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문서는 지휘계통을 거쳐 당시 인사권자인 김장겸 보도국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모든 직종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위법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은 모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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