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가맹사업자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공분을 낳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의 새로운 피해 사례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미스터피자에 이어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이 업체 대표를 20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자동차 정비 대리점 점주들도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가맹사업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강한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피자에땅 대표 검찰 피고발
이날(20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고자 단체 모임을 조직한 가맹점주를 사찰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가맹점주의 단체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에땅 공재기·공동관 공동대표와 피자에땅 가맹본사 직원 5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는 단체구성권과 거래조건에 관한 협의요청권을 갖고 있다.
김경무 피자에땅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 등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지난 2015년부터 세 차례 이상에 걸쳐 점주들의 모임에 직원을 보내 모임 내용을 확인하고, 모임에 참석한 가맹점주의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 가맹점주들은 아울러 가맹본부가 점포명과 가맹점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블랙리스트가 협의회 활동을 이끈 점주와의 가맹계약 해지 등 보복조치에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피자에땅가맹점주협회 회장, 부회장은 모두 가맹계약을 해지 당했다.
가맹점주들은 아울러 공재기 대표가 이달 10일 가맹점주들에게 허위 사실을 기재한 공문을 보내 협의회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공문에 '협의회 임원들이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고 협의회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본사에 매장 양도 대금 4억 원을 요구했다'고 거짓 내용을 적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 계약을 해지 당한 김경무 피자에땅가맹점주협회 부회장은 "가맹점주 모임에 참석코자 당일 영업을 하지 않는 등의 움직임도 폐점 이유가 된다"며 "가맹점주들이 어느 순간 본사의 노예가 됐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피자에땅은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으로 광고비를 부과하고,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원재료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 비싼 값을 주고 사도록 강제하는 등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갑질도 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을'들 피해사례 봇물
한편 같은 날(20일) 오후 2시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을 비롯해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자동차 정비 대리업 업주들은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 모여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형 브랜드 갑질에 따른 피해사례를 증언하고,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자헛은 계약서 상 존재하지 않는 '어드민 피(admin fee)'라는 항목을 통해 국내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와 마찬가지로 가맹점주에게 추가 비용을 징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매장 리뉴얼 공사비를 점주가 부담하는 등 전형적 갑질이 자행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상철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은 "피자헛 가맹점주 대부분이 매장 리뉴얼 공사 시 리뉴얼 지원 금액을 받지 못한다"며 "재계약 시점 시 가맹점주는 본사의 리뉴얼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데, 본사는 '가맹점주가 스스로 리뉴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자헛은 일종의 '어용 가맹점주 모임'도 만들어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무력화하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 부회장에 따르면, 피자헛은 직영점에서 근무한 본사 직원에게 직영점을 매각한 후, 이들로 구성된 또 다른 가맹점주단체를 지난 달 결성했다. 이 단체는 '본사가 진행하는 프로모션 행사 등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문 부회장은 "악의적인 점주 파괴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교촌치킨을 판매하는 교촌F&B는 중국 시장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타인에게 매각한 후 광고비 등을 일방적으로 징수했다.
교촌F&B는 지난 2008년 설립한 중국 자회사 교촌찬음관리유한공사의 실적이 저조하자 2012년 3월 해당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
이 주식을 인수한 이들은 교촌 가맹본부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프랜차이즈 운영(가맹 계약)과 가맹점 운영 판매권 계약이 합쳐진 셈이다.
하지만 이후 본사는 신메뉴 적용에 비협조적으로 나왔고, 중국 내에서 광고나 판촉활동을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에서 모델을 교체했다는 이유로 4만 달러를 광고비 분담 명목으로 지급하라고 일방 통보했다.
아울러 중국 내 7개 직영매장의 운영만 허용해 중국 업체의 가맹점운영 판매권을 침해했다.
과거 여러 차례 갑질로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이 지금도 밀어내기를 대리점주에게 독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과 2013년, 밀어내기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고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박명호 남양유업 무안점 대리점주는 "2014년 이후 밀어내기 양이 다시 많아졌고, 2015년 11월에는 밀어내기 양이 2013년 이전 수준에 이르렀다"며 "2015년 11월 중 밀어내기를 당한 날만 17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2016년 1월 경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주문시스템을 변경해 밀어내기는 없으니 신고인이 반품을 하지 않은 이유와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는 자료를 보강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재 신고했고, 최근 3차 신고를 했다.
자동차 대리점도 갑질 피해자
자동차 정비 대리점에서도 갑질 논란이 일어났다.
현대모비스 부품대리점을 운영하다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고 사찰까지 당했다고 주장한 박모 씨는 수출금지 규정으로 인해 대리점주들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계약 시 대리점주에게 수출업자 또는 제3자를 통한 해외판매 및 수출 금지 규정을 준수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의 부품을 구입한 이가 다른 이에게 그 부품을 팔 경우, 대리점주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 가능하다.
박 씨는 "제3자 수출금지 규정 유지를 위해 본사가 대리점으로 하여금 거래상대방 제한까지 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 사찰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5년에는 대리점 4곳이 수출금지 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됐고, 지난해도 대리점 8곳이 계약해지 됐다. 계약서상 규정이 없음에도 수출금지 위반을 이유로 현대모비스가 대리점에 6개월 간 공급 물량을 축소해 대리점이 약 5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제시됐다.
박 씨는 "계약을 해지당하더라도 이 일을 계속해야해, 점주들이 보복을 두려워한다"며 "점주들의 단체 행동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 정비업체와 한국GM 정비업체도 본사의 횡포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르노삼성과 한국GM, 쌍용 등 해외법인 정비업체는 가맹사업법의 보호도 받지 못해 단체 행동에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김운영 르노삼성정비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 값을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 반해, 정비업체에 순정부품 사용 등을 강제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무상 보증기간 연장 상품을 정비업체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판매를 강제하고, 그 비용을 정비업체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손해보험사의 '갑질 계약'도 문제라고 김 부회장은 주장했다. 각 보험사가 '우수 협력 정비업체' 제도를 만들어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에 배정하는데, 해당 제도의 수혜를 정비업소가 입으려면 시간당 수리비를 낮추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제시한 부가서비스 비용은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은 "결국 서비스 질 저하, 부실 정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훈 한국GM정비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한국GM이 외국 법인이라 가맹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음에도, 정비업체는 유사 가맹비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본사 보증 기간 1만 원에 판매할 엔진오일을 소비자에게 3000원에 팔아야 하는데, 정비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나머지 7000원은 사실상 로열티"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대책으로는 부족...단체교섭권 강화해야
이와 관련, 공정위가 지난 18일 가맹본부 규제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해당 발표내용의 실효성이 부족해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의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특히 네 가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정 거래사는 지적했다.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협의가 결렬될 경우 양 당사자의 권리의무를 중지하는 등 단체교섭권을 강화해 집단적 대응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지난 18일 공정위 발표에서 가맹점주단체의 행정기관 신고제 등 대안이 제시됐으나, 단체교섭권 강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 유형에 '부당한 필수물품 구매강요 금지' 항목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산품·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등으로서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행위' '원·부재료에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혼합물을 제조하거나, 소량포장 등의 방법으로 가공하여 구매하도록 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법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필수물품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정 가맹거래사는 주장했다.
공정위 발표 내용에는 정보공개서에 필수물품 의무기재사항을 확대하고,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마진규모 공개 등의 대책이 마련됐으나 명시적으로 이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공정위 발표에서 정보공개서 등록, 불공정행위 조정권을 광역자치단체에 이관하는 방안이 일부 담겼으나, 이에 더해 조사권, 처분권도 지자체에 이관해 관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8명에 불과한 공정위의 가맹분야 전담인력으로 5200여 개의 가맹본부와 22만 여 가맹점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자체의 단속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다.
무엇보다 사실상 가맹계약 해지 근거로 악용되는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제한을 삭제해 10년차 이후에도 가맹점주의 가맹계약 갱신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평가다.
정 가맹거래사는 "10년 제한 내역은 실제 가맹사업 거래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의 하나"라며 "명확한 해지 사유를 제외하면 가맹계약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보장해 가맹점주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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