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학자가 보수의 '희망'이라는 퇴행적 상황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정말 '노선 차이'라는 게 있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이미 '운동'으로서 퇴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뉴라이트' 성향 학자에게 혁신의 칼자루를 쥐여주었다. 이승만, 박정희 재평가 운동에 힘을 쓰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것.

류 교수의 성향은 다분히 과거지향적이다. 그는 촛불집회에 맞불 성격인 태극기집회에 대해 '의병활동'이라고 추켜세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지난 1월 한 언론사 기명 칼럼에서 "태극기 집회는 이제 광화문 촛불집회를 압도한다"며 "태극기 집회는 언론과 국회 그리고 검찰과 특검이 유린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수호하는 의병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건의 발단이 된 태블릿PC의 기록이 조작일 가능성"을 거론하며 언론과 국회, 검찰을 향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라고 비난했다.


류 교수는 또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우파 학자다.

그는 지난 6월 전희경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승만은 독립운동 내내 무국적자로 활동했는데 김구는 중국 국적, 안창호는 미국 국적, 김일성을 중국과 소련 국적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며 "(1919년) 4월 10일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일로 삼으면 중국과 소련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 북한 정통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일부 이상한 사람들이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한다"며 "부모가 눈이 맞아 연애를 하고 사귀다가 거사를 치르고 자궁에 정자가 자리를 잡고 일정 기간이 지나 태어나야 그날이 생일인데 1919년은 임신한 날일 수도 있고 연애를 한 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0월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결' 논의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의 안보가 위기라고 가정하며, "50년 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유신'이라는 비상수단이 동원됐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은 다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이 상황에도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주자'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 응징"을 얘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고 한탄했다.

현재 류 교수는 이승만연구원 원장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자유당' 연구자가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맡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뒤죽박죽' 보수 정당들친박-친이의 퇴행적 형태일 뿐

류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은, 대선 패배 이후 보수 진영이 패닉에 빠져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현재 보수를 자처하는 두 정당의 모습이나 정체성은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보수 혁신을 언급하며 '뉴라이트' 학자를 끌어들이고, 무능이 확인된 친박계 인사가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가 하면, 바른정당의 경우는 '친이명박'계로 'NLL 정상회담 대화록 폭로전'의 주역이기도 한 정문헌 전 의원이 당 사무총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막말'과 구태의 대명사로 떠오른 홍준표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이끄는 것은 매우 낯설다.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동거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모습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두 보수 정당이 '친박계'와 '친이계'의 퇴행을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보수'와 '신보수'의 노선 차이가 양당의 정체성을 결정하지 못하고, 낡은 계파와 '친소 관계'로 인해 정당이 나뉘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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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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