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매우 충격적"...트럼프 탄핵 '스모킹건' 되나

청문회서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요구했다" 육성 증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육성 증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지 한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외압을 공식으로 인정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8일(이하 현지 시각) 미 상원의회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플린과 관련한 사건에서 "손을 떼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면서, 이같은 트럼프의 요구를 "명령(order)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요구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수사를 지휘하던 자신이 적잖은 압력을 받았다는 점을 공개 증언한 것이다. 그는 "플린은 러시아와 관계를 규명하는 수사에서 법적으로 유죄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지난 2015년 여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 미국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선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의 증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될 특검 수사에서도 사법 방해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증언이 될 전망이다.

▲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8일(현지 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나와 FBI 명예 훼손시켰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코미 당시 국장을 해임하면서 "코미 리더십 아래 FBI가 혼란스러웠고 직원들이 코미 국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코미 전 국장은 이에 대해 "거짓말" 이라고 일갈하며 "트럼프 정부는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TV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해임했다'고 내게 전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대화했던 내용을 메모로 적어놓은 이유도 거짓말에 대비한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남긴 메모가 자신과 FBI를 위해 쓰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가 있기를 바란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화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거론한 의도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 대가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날 코미 전 국장의 청문회 참석은 미국 방송인 NBC를 비롯해 지상파 3사와 CNN 등을 통해 생중계되는 등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수도인 워싱턴 D.C를 비롯해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음식점 등에 모여 생중계를 시청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 국장의 폭탄 증언을 모두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을 포함한 그 누구에 대한 수사도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코미에게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며 "코미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를 결코 방해하려고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는 "대통령과의 기밀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를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악관도 '코미 증언'을 일축했다. 새라 샌더스 허커비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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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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