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비정규직, '각자 살자' 정규직과 다른 행보 간다

2,3차 비정규직과 일용직에도 노조 가입 자격 부여해

사실상 정규직 노조에 버림받은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가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노조 가입 기준을 1차 하청 노동자만이 아닌 2,3차 하청 노동자, 그리고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여는 노조 규칙을 가결했다.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일 열린 조합원 총투표에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하며, 직접고용 비정규직(임시, 일용, 단기계약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사내하청, 용역, 파견 등), 이주노동자, 해고자를 포함한다"는 지회 규칙 제정 안건을 1258명(88.4%)의 찬성(반대 144명)으로 가결했다. 비정규직지회의 총원은 1671명이다.

이번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의 결정은 정규직 노조와 분리된 이후, 결정된 사항이다. 김남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직실장은 "지난 9년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기아차 노조에는 1차 밴드 소속 비정규직만 가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정규직 노조와 분리된 이후, 비정규직지회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2차, 3차 밴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등 전체 비정규직이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9년 만에 분리된 비정규직 노조..."2,3차 비정규직 조직하겠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4월 28일 정규직 노조와 분리된 바 있다. 2005년 1차 하청 노동자를 중심으로 금속노조 경기지부 기아차화성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2008년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속 화성지회 화성사내하청분회로 들어갔으나 9년 만에 다시 분리된 셈이다.

그동안 기아차 노조는 노조 규약으로 2,3차 하청노동자 및 일용직 등의 노조 가입을 거부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노조와 분리되면서 이러한 제약을 지닌 규약을 폐기하고 자격을 확대하는 새 규약을 가결한 것.

이번 지회의 결정으로 2006년 노조활동을 벌이다 해고된 이동우 전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전 부지회장은 노조 간부였으나 2차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통합노조에 가입하지 못했다.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지회장은 "일용직, 계약직 2,3차 노동자들은 당연한 법적권리인 정규직 전환은 요구조차 못하고 일상적인 고용불안과 1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차별받고 고통 받고 있다"며 "이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순간 해고가 되는 현실에서 노조에 가입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이에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지회 규칙 변경을 통해 일용직, 계약직, 2.3차 하청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범위를 열었다"며 "앞으로 일용직, 계약직, 2.3차 하청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 왜 갈라섰나

앞서 금속노조는 2006년 산별노조를 실현하고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1사1노조 원칙을 담은 규약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지부는 2008년 완성차 정규직노조으로는 처음으로 사내하청지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1사1노조를 건설, '연대 투쟁'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서로 입장이 달랐다. 법원에서 기아차 사내하청 전체 공정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시작됐다. 2016년 11월, 기아차지부는 40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일단 1049명만 특별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하자 사내하청분회는 이에 반발하며 싸울 것을 요구해왔다.

법원 판결보다 훨씬 뒤처지는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사내하청분회는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독자 파업을 벌였다. 그러자 정규직 조합원들은 사전에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했다며 하청노조를 비판했다.

이후 지난 6일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1사 1노조' 규약의 유지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로 묻는 안건이 통과됐고 4월 27일~28일간 조합원 자격을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꾸는 규약 변경 관련, 조합원 찬반투표(총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3만1078명의 조합원 중 2만6711명(85.9%)이 참여해 1만9150명(71.7%)이 찬성표를 던져 하청 노동자 분리 규약 변경 안건은 통과되면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분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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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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