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vs 한민구, 사드 파문 속 미국 핵심인사 접촉

절차적 정당성이냐, 사드 배치 예정된 진행이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의 보고 누락 파문의 대척점에 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각각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들을 접촉한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책 방향이 전혀 다른 신구 정부의 핵심들이 사드 및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보낼 시그널이 주목된다.


사드 보고 누락 설명에 맥마스터 "설명해줘서 고맙다"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의용 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간 면담에 함께한 배석자들에 따르면 정 실장은 사드 보고 누락 과정에 대해 맥마스터 보좌관에게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맥마스터 보좌관에게 사드 보고 누락 조사에 대한 이해를 구했으며, 이에 대해 맥마스터 보좌관은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앞서 정 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게 하려면 우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 필요성과는 달리 절차적 문제, 민주적 정당성, 투명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어 이를 해소해줘야겠다"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주변 환경평가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대북 제재‧압박에 공조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 통로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에 이달 말로 예정돼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해법의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측은 정상회담이 매우 시의적절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이날 만남에서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회담 의제는 북핵 해법과 무역 문제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면 현안으로 떠오른 사드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정상회담과 관련 "최대한의 예우"를 갖출 것이라며 "회담은 '풀 프로그램(full program)'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문재인 대통령의 의전이 '국빈 방문'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민구-매티스 '사드 알박기' 당사자들 접촉 주목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개막된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2일 개막된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의 연쇄 회담은 3일로 예정돼 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보고 누락 파문에 휩싸인 사드 문제에 대해 한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가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이 있기에, 국내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겠다"며 "이것이 다른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현재까지 진행돼온 한미 간의 (사드 배치 관련) 진행 사항을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청와대 조사를 받은 한 장관이 매티스 장관에게 사드 배치에 관한 문재인 정부 내부 기류를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박근혜 정부에서 조속한 배치를 추진해 온 한 장관의 사드 관련 입장은 상반된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맥마스터 보좌관에게 전달한 내용과는 결이 다른 시그널을 한 장관이 미측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장관의 대화 상대인 매티스 장관 역시 '사드 알박기' 합의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매티스 장관은 지난 2월 초 방한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만나 사드 배치를 4~5월 안으로 마무리짓자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대선 전에 사드를 배치해 한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고정시켜놓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미 국방장관 회동 이후인 3월 6일 사드 발사대 2기가 한국에 도착했으며 대선 직전인 4월 26일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 등 일부 장비가 경북 성주 사드 부지에 배치됐으며, 사드 발사대 4기로 추정되는 화물을 실은 트럭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보고 누락 파문을 조사하고 있는 청와대는 지금까지 진행된 사드 반입과 전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난 2월 한민구-매티스 회담 때 오간 협의 내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의용 실장이 귀국한 뒤인 5일 이후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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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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