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이제 계산할 때 '지갑' 꺼낸다

文대통령, '눈먼 돈' 특수활동비에 '메스' 들이댄 이유는?

청와대가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대통령의 특수활동비의 대폭 삭감과 투명한 집행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솔선수범해 특수활동비를 절감해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특수활동비 절감 방안과 함께 각급 정부기관이 특수활동비 사용 지침을 따를 것을 지시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되어 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소외계층 지원 등을 위한 예산 편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의 올해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는 총 161억원이 편성됐으며 이 중 126억원(5월 현재)이 남은 상태다. 청와대는 이 가운데 73억원은 계획대로 집행하고 53억원(42%)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등의 예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어 이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공식 행사 외 가족 행사 비용이나 사적 비품 비용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이는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에서 규정된대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통령비서실 자체 지침과 집행 계획을 수립해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식비도 임금에서 공제된다. 이 총무비서관은 "외부 공식적인 식사 외에는 모든 식사 조찬, 중식, 만찬, 간식을 구분해서 비용을 기록해 구분을 하면 한달치 급여에서 (식비를) 공제를 하고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 '쌈짓돈' 통제 강화로 이어질까?

청와대의 '솔선수범'이 모든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감축으로 확산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특수활동비는 현행법상 영수증 첨부가 필수 사항이 아닌 데다, '현금 사용 자제와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기획재정부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 집행 지침')고만 규정돼 있어 사실상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예산은 전년보다 59억 원 늘어난 8870억 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이 486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부(1783억 원), 경찰청(1298억 원), 법무부(286억 원), 청와대(266억 원), 국회(79억 원) 순이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액은 모두 8조5631억 원에 달했다.

최근 검찰의 '돈 봉투 만찬'에 사용된 돈의 출처도 특수활동비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절감 조치가 검찰을 비롯한 정부 기관의 특수활동비 절감과 투명성 재고를 촉진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돈 봉투 만찬' 감찰 대상에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체계도 포함했고 이 방안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검찰 (특수활동비) 부분은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청와대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는 차원"이라며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청와대에서 불필요하게 집행되는 예산이 있는지 파악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특수활동비에 메스를 들이댄 데에는 지난 2009년 벌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트라우마와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를 수사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유죄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도 의심하고 추적했지만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 씨가 구속된 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소환되는 등 파문을 겪었고,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노 전 대통령이 끝내 서거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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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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