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중규직화' 안돼"

국민의당 "文정부 대책, 인기 영합하려 한 전시성·일회성 아니냐"

국민의당 신임 원내 지도부가 첫 회의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 의지를 뚜렷이 드러냈다. 여론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직원 정규직화, 미세먼지 대책 등 업무 지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 문제와 관련,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안 된다는 지적은 노동계의 우려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경청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호 신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그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외주 인력을 정규직화하기 위해서 자회사를 설립해서 정규직을 채용하고 인천공항공사는 그 자회사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이 방안은 근본적으로 정규직이 아니라 사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요즘 얘기하는 '중규직'"이라며 "그래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즉흥적이고 시혜적"(이언주 신임 원내수석부대표)인 "보여주기식"(이용호 의장) 조치를 내놓고 있다는 프레임 공격 와중에 나왔다.

이 의장은 "그런 발표(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가 나온 이후 우편 배달 집배원, 그리고 서울대 비학생 조교, 급식보조원들 역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를 한다면 앞으로 나머지 적자 공기업 231군데의 정규직 전환비용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이냐. 또 세금으로 밀어 넣을 것이냐"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들에게 전시성,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시스템과 제도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김동철 원내대표가 주재한 첫 회의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문재인 정부 1년의 첫 단추를 잘 꿰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당은 물론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미래로 나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1주일의 대통령 행보를 보면 과연 협치 의지가 있는지 매우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시대적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잘 나가는 공기업 사장의 손목을 비틀어서 극소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인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나머지 600만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미세먼지 문제 해결 대책도 그렇다"며 "미세먼지는 우선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다. 원인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먼저 한 뒤에 거기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덜컥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택했다.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의심스럽고, 또 발전소를 중단함으로 인해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나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그냥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서 우선 던져놓고 보지는 않았는지 그런 걱정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 중단으로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있지 않은지에 대해 "0.2% 정도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며 "(이는) 600억 원 정도다. 한전이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김관영 의원과 짝을 이뤄 정책위의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후 김 원내대표로부터 원내수석부대표로 파격 임명된 이언주 신임 수석부대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이것이 국무회의 급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일자리위원회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여야지, 일자리위원회 안에 혹은 그 산하에 일자리를 만드는 게 거기서 얘기하는 일자리 창출은 아닐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 부대표 역시 "문재인 정부가 즉흥적이고 시혜적 조치에 매몰되지 말고 면밀히 살펴서, 우리가 어떻게 시스템을 개혁해야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민의당 신임 원내 지도부가 첫 회의에서 내놓은 공식 발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초기 개혁 조치를 '즉흥적', '시혜적', '보여주기식'이라고 폄하하면서 특히 대통령의 업무지시 등의 방법이 아닌 '시스템', '제도', '근본적' 해결, 즉 국회에서의 입법을 통해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수렴된다. 김 원내대표가 "당선 이후 지난 1주일의 대통령 행보를 보면 과연 협치 의지가 있는지 매우 우려된다"고 말한 것은 '개혁 과제를 들고 국회로 찾아오라'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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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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