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임종석 회동 취소…대선 기간 '舊怨' 때문?

새 정부 출범 이틀만, 당에 '정부 인사추천위' 설치 앞두고 관심

임종석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11일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잇달아 만났다. (☞관련 기사 : 한국당, '주사파' 비판한 임종석 靑실장 만나 "소주 한 잔?") 다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임 실장의 회동은 당일 오전에 전격 취소됐다.

임 실장과 추 대표는 원래 이날 오후 2시에 회동할 계획이었으나, 추 대표 측의 요청으로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추 대표에게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조율이 안 됐다"는 게 취소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대선 기간의 묵은 앙금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월 초 민주당은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추 대표와 가까운 김민석 종합상황실장 임명을 놓고 갈등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문 후보 측에서는 추 대표가 김 상황실장 인선을 밀어붙인다며 반발했다. 특히 임 실장은 당시 대선후보 비서실장 자격으로 성명을 내어 "선대위 발표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통합 선대위'가 되도록 원만한 합의를 해 달라는 후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과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사실상 추 대표를 정면 비판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새 정부 출범 이틀째부터 청와대 비서실장과 여당 대표 간의 회동이 불발되면서, 때이르지만 '당정관계'라는 낱말이 다시 언론 지상에 등장할 조짐이 아닌지 관심이 모이는 것.

게다가 선대위 구성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있을 새 정부 인사 등을 놓고 추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추천하기 위한 당내 기구 설치를 다음날인 12일 열릴 당무위 안건으로 부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는, 최고위와 당무위를 거쳐 중앙위까지 통과해야 한다.

인사추천위(가)가 설치될 경우 추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새 정부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결정권은 정부에 있는 만큼, 대통령·총리의 뜻과 맞지 않는 인사가 추천돼 실제 임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바로 '당정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이날 추 대표와 임 실장의 회동 불발이 마냥 예사롭게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 대부분은 새 정부 출범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분위기이고,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직접 "대통령이 성공해야 민주당이 성공한다.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임해 달라"고 분위기를 잡아 나가는 모습까지 보여 이날 회동 불발이 '당정' 차원의 갈등으로 비화하지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에 이뤄진 임 실장과 우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는 한껏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이고, 우 원내대표는 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으로 20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사이이기도 하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 첫 인사가 아주 호평이다. 젊은 비서실장이 임용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평가"라고 임 실장을 추켜세우며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최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통령이 여러 번 말씀했듯 (이번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며 "당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대통령께 잘 전달하고, 모든 결정이 당과 함께 이뤄지도록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 역시 "한 가지 당부드린다"며 "초기 인사에서, 당이 많이 고생했으니 (당의) 적절하고 좋은 인재를 많이 등용하고 반영해 주십사 말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대 내각 구성 등에 당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우 원내대표 본인의 입장에서라기보다는, 자칫 당 지도부와 청와대 간의 불협화음으로 해석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중재'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 원내대표는 곧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 당 지도부의 일원에 속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도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앞으로도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당정청이 개혁의 승리와 통합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취임 직후 이뤄질 각종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법 개정, 대통령이 공약한 일자리 추경 편성까지 국회가 할 일이 많이 있다.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여당으로 함께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임 실장의 이날 오전 회동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정 의장은 "젊고, 참신하고, 박력 있고, 개혁적이고, 키 크고 잘 생긴 우리 임종석 아우가 중책을 맡아서 정말 축하한다"고 임 실장을 '아우'로 칭하며 덕담을 건넸다. 임 실장은 "감사드린다"고 답하며 국회와의 소통 창구를 상시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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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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