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구시대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겠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통합·공존 새 세상"…안보, 경제 등 분야별 과제 제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통합과 공존"을 가치로 제시했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구 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발표한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고도 했다. 신임 대통령의 취임사답게 '새로움', '시작'을 강조한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몇 달 우리는 유례 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며 "(그러나) 국민은 위대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구속 앞에서도 국민은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줬다.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시켜 마침내 오늘 새 세상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던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대통령 문재인은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졌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는 종식돼야 한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 분야 "광화문 대통령 시대"

문 대통령은 먼저 정치 분야의 개혁 과제를 언급했다. 그는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그는 "참모들과 머리,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직접 대통령이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며 "권력 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며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선거 과정에서 제가 했던 약속을 꼼꼼히 챙기겠다. 대통령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야 진정한 정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빈 손으로 취임하고 빈 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윳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 여러분의 자랑으로 남겠다"고 했다.

"야당은 동반자"

그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보수-진보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며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함께 선거를 치른 후보들께 감사와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야 할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 하고, 함께 손울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 이 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교안보 분야 "여건 조성되면 평양도 가겠다"

분야별 과제도 간단히 언급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이 취임사에 포함됐다.

그는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의 토대도 마련하겠다"며 "동북아 평화 구도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며 "한편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했다.

그는 "튼튼한 안보는 막강한 국방력에서 비롯된다"며 "자주국방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사회 분야 "비정규직 해결 모색"

경제 분야의 과제에 대해 그는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의 첫 집무 일정을 '일자리워원회' 설치로 잡았다.

그는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 계층,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겠다"며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그는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앞서 헌법에 따라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의원들과 국무위원, 군 지휘관과 정부 고위관계자 등 200여 명의 참관인들이 그의 선서를 지켜봤다. 대규모 취임식은 생략됐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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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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