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홍준표의 2위 싸움, 굳세어라 안철수!

[기고] 안철수의 정치적 사명

누가 뭐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인물이다(이하 직함 생략). 안철수만큼 대통령 자리에 가깝게 간 정치인도, 대통령이 될 기회를 자주 얻은 정치인도 드물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2012년 대선 당시 발빠르게 당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대선전에 뛰어들었더라면 그가 야권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당시의 기세를 감안할 때 박근혜를 제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실기했고, 야권 단일후보도 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선거 시기가 앞당겨진 이번 대선은 2012년 보다 안철수에게 객관적 조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에게 기회가 없진 않았다. 작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이 되면서 발판을 마련한 그에게 (갈 곳 잃은) 보수표가 대거 몰려간 4월 초순경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안철수가 호남을 잡으면서도 보수 표심을 획득할 비전과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었더라면 그는 문재인을 앞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안철수에겐 그런 비전과 역량이 없었고, 밀물처럼 밀려왔던 보수 표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말았다.

지난 2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 줃 일부에서 안철수는 1위는 고사하고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게도 추월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의 시간은 도둑처럼 왔다 새벽이슬처럼 사라지고 있다. 왜 안철수가 돼지 발정제와 막말로 상징되는, 유럽 같은 경우 유력정당의 대통령후보 자격 유지조차 어려울, 홍준표에게 역전당하거나 오차 범위 내로 쫓기는 처지가 됐을까?

물론 안철수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의 지지율을 갉아먹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는 어느 후보에게나 상수다. 오히려 그의 몰락의 주된 이유는 그에게 몰려들었던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탓이 크다. 어른스럽고 안정적이며 강한 이미지를 안철수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판세로 이대로 굳어진다면,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에겐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큰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가 2위가 되는 것을 저지하는 사명이 그것이다.

북한, 노조, 언론, 성소수자 및 여성 등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끝간데 모를 증오와 적대감과 혐오를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홍준표가 안철수를 앞서 2위가 된다는 건 보수가 아닌 극우가 촛불과 탄핵을 통과하면서도 건재하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준표는 박근혜-최순실을 낳은 정치적 자궁이자, 헌정 파괴의 대본영 자유한국당에 올라탄 사람이다.

적대와 대립의 화신 홍준표와 헌정 파괴의 기지 자유한국당이 보수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복권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합리적 보수세력과 세련된 진보가 경쟁하는 구도의 출현 가능성은 봉쇄된다. 동시에 새로 구성되는 정부가 헌법을 위협하는 극우세력의 방해로 국정 수행에 비상한 곤란을 겪을 가능성도 커진다.

안철수는 한때 자신에게 쏠렸다가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일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사의 각오로 돌려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 안철수가 대한민국에 할 수 있는 최대의 기여라고도 할 수 있다. 보수를 극우로부터 분리시킨 안철수! 늘 모호하기만 했던 안철수의 '새 정치'가 극우정당을 몰락시키고 보수를 보수답게 재편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 이번 대선을 통해 확인된다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도 밝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가 이 역할을 해 내는 것이 그가 줄곧 강조했던 좌와 우의 극단적 대립을 불식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가야만 하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안철수의 분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안철수 후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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