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들이 손잡아주시면…" 대국민 호소

[대선후보 토론] "정말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 해보고 싶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마지막 2분'이 빛났다.

2일 저녁 열린 마지막 TV 토론. "제가 오늘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시간을 조금 아꼈다"고 운을 뗀 유 후보는 왜 정치를 하는지, 진정한 보수정치가 무엇인지를 국민들 앞에 풀어내며 지원을 당부했다.

마침 창당 100일을 하루 앞두고 13명의 의원들이 집단 탈당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날이다. 그는 담담한 어조에 비장한 결의를 담았다. "국민들이 손잡아주시면 제가 이 개혁보수의 길을 계속 가보고 싶다"고 했다. 잠시 목이 멘 듯한 대목도 있었다.

"제가 오늘 좀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시간을 좀 아꼈다. 제가 지난 겨울에 바른정당을 창당한 것은 정말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개혁보수의 역할을 다하고 싶어서였다.

새누리당에 남아서 개혁해보고 싶었지만, 대통령 탄핵은 물론이고 이제까지 보수가 해왔던 그 방식으로는 저는 보수는 소멸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해보고 싶었다. 아, 저런 보수가 있구나, 저런 보수면 우리가 지지할 수 있겠다,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보수정치 꼭 해보고 싶었다. 쉽지 않은 것을 잘 알았다 처음부터.

오늘 바른정당에서 국회의원 열세 분이 당을 떠났다. 참 힘들고 어렵고 외롭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는다. 정말 힘들고 팍팍한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국민을 위해서 제가 늘 매일매일 저 자신에게 묻는, 나는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그분들을 위해 정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유한국당, 이번 선거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낡은 보수, 썩은 보수, 부패한 보수로는, 보수는 정말 궤멸하고 소멸하고 말 것이다. 이젠 정말 따뜻하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보수, 개혁보수가 나타나야 한다.

저는 이순신 장군을 생각한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았다. 국민들이 손잡아주시면 제가 이 개혁보수의 길을 계속 가보고 싶다. 꼭 좀 부탁드린다."

유 후보의 '대국민 호소'는 마무리 발언으로 이어졌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가 많이 있지만, 안보·민생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보는, 저는 누구보다도 굳건한 보수다. 정통보수다.

그러나 민생은 그간의 낡은 보수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송파 세 모녀 자살, 폐지 수집하다가 근근이 하루 7000∼8000원 벌고 기초생활수급도 못 받고 쪽방에 살다 돌아가시는 분들,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가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보수는 헌법을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진보세력들은 너무 급진적이고 과격하다. 저는 우리 국민이 정말 안보와 민생에 대해 제일 많이 원하는 그 길을 저희 바른정당이 가고 싶었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저는 끝까지 하겠다. 이번 5·9 대선에서 국민이 과연 어느 후보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미래와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최적임자인지 냉정하게 살펴보고 그날 결정해주기를 바란다. 국민 여러분, 제 손을 잡아달라."

홍준표 "유승민, 대구에서 정치하기 어려울 것"

토론 도중,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발언 시간을 할애해 유 후보를 응원했다. 심 후보는 "(국민 통합의) 가장 걸림돌은 후진적 정당체제라고 본다"며 "유승민 후보가 가슴 아프겠지만 바른정당 의원들이 당 후보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도주했다. 집에 불을 지르고 야반도주한 것"이라고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비판했다.

심 후보는 "철새정치 얘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이렇게 경우 없는 형태는 기가 막힌다"며 "제가 다 분했다. 이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게 살지 말고 정계 은퇴하시라. 유 후보님 힘내시라"고 했다.

반면 바른정당 탈당파들을 무릎꿇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득의양양했다. 유 후보에게 "앞으로 대구에서 정치하기 힘들 것"이라며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내가 어제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났다. 왜 (당을) 나오려고 하느냐 물어보니 '후보가 덕이 없어서 도저히 대선을 못 치르겠다. 그래서 나오려고 한다'고 했다. 한 번 가서 물어보라"며 "거기(당에) 가서 단속이나 잘하라"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대구에 가봐라. 대구에 가보면 유 후보는 배신자로 돼 있어서 앞으로 대구에서 정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가 "내가 누구를 배신했나"라고 되묻자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 정치적으로 배신하고, 인간적으로 배신하고, 정책적으로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후보는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 신임을 배반한 죄로 파면한다'라고 한 것은 알고 있나"라고 반박했으나 논리적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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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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