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심, '삼성 백혈병 문제' 해법을 비교해 보았다

반올림·노조 등 '삼성 문제' 15개 항목 정책질의·답변 공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삼성물산 합병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무노조 신화'라는 말을 남긴 삼성의 노조 탄압 사례 등 총 15개 항목에 걸친 한국 사회의 '삼성 문제'에 대해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대선후보 측이 구체적 의견을 밝혔다.

26일 '삼성 노동인권 지킴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 등 삼성 관련 4개 사회운동단체는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각 대선 주자들에게 보낸 서면 질의서와 그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 4개 단체는 원내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이상 의석수 순)의 모든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냈으나, 유승민 후보 측에서는 '일정과 여타 조건 때문에 여력 상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고, 홍준표 후보 측에서는 특별한 사유 없이 '이번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밝히고 답변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답변서를 제출한 세 후보 측은 반올림 등의 질문에 대해 '찬성', '반대', '유보' 등 3가지로 답변했다. '찬성'은 반올림이나 노조 등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심상정 후보는 15개 항목 모두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찬성 9개, 반대 1개, 유보 5개였고, 안철수 후보는 찬성 7개, 유보 8개였다.

삼성 백혈병 문제 "안철수 가장 우려스러운 답변"

반올림 등은 삼성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4가지 공통 질문을 던졌다. 1. 삼성이 피해자들과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지, 2. 일방적 보상이 아닌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하지 않는지, 3. 직업병 재발 방지를 위해서 유해 화학물질 등 주요 자료를 공개해야 하지 않는지, 4. 정부의 화학물질 및 유해요인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는지 등이었다.

반올림 등은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4항목 모두 찬성해 삼성의 직업병 및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표명한 반면, 안철수 후보는 2항목 찬성, 2항목 유보의 입장을 밝혔다"며 "안 후보는 직업병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이 '유보' 입장을 밝힌 2개의 질문은 1번과 3번 항목이었다. 안 후보는 정부의 노력 부분에 대해 "삼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유족 및 지원 단체와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 문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문 후보 측은 같은 질문에 대해 "정부는 근로감독행정 등을 통해 삼성 측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권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해 대조를 보였다.

반올림 등은 이에 대해 "안 후보의 가장 우려스런 응답"이라며 "삼성은 시민사회와 국민 여론의 압박에도 피해자와의 성실한 대화와 직업병 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책임을 묻자'고 하는 것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화학물질 자료 공개에 대해 안 후보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인정되더라도 그 범위는 최소화하고, 노동자 건강상 알 권리는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안 후보 측은 이 같은 의견을 '유보'로 분류한 이유에 대해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질문 내용이 너무 강해서 '찬성'이라고 하기에는 입장 차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해당 질문의 정확한 내용은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안전한 작업장 마련, 직업병 재발 방지를 위해서 유해 화학물질 등 주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귀 후보의 생각은 무엇입니까?"였다.

같은 질문에 대한 문 후보의 답변은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의 공개는 노동자의 생명 보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조치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는 자가 일부 내용을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재하지 않으려 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 공개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개토록 추진할 것"이었다. 심상정 후보도 "적극 동의한다"며 "나아가 (삼성이) 약속한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서 국민들 앞에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검증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삼성 '알박기' 어용노조, 文 "노동부가 노조 적격성 판단 부적절"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과 노동권 침해 문제 분야에 대해서는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와 이를 위한 국가기관의 지도감독 여부, △'노사전략' 문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여부, △어용노조의 이른바 '알박기' 설립신고 반려를 통한 노조 결성권의 실질적 보장 여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직접고용 여부 등 4개의 질문이 제기됐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와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대한 재수사에는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반올림 등은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에 대한) 찬성 정도에서는 일정한 편차를 보인다"며 "심 후보는 국가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구체적인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불법을 저질렀다면' 등 단서를 붙임으로써 '조건부 개입' 입장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또 '노사전략' 문건 관련 답변에 대해서도 반올림 등은 "심 후보는 검찰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모두 동의한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위·탈법적 조치들이 병행되었어야 처벌 등이 가능'(문재인), '범죄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어야'(안철수) 등 단서를 붙여 책임자 처벌에 대해 (사실상) 유보 입장을 표했다"며 "대법원에서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등 위법성 판정을 받았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이런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노동 기본권에 대한 감수성 부족 혹은 노동기본권 보호 의지 결핍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어용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홀로 '유보'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 등은 "삼성물산의 어용노조는 삼성 측이 '노사전략' 문건에 입각해 조직했다는 점에서 자주성을 결여해 노동관계법상의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서를 반려 조치해야 한다는 삼성물산 노동자들의 요구"라고 질문 취지를 설명했다.

문 후보 측은 입장 표명을 유보한 이유로 "현행 노조법은 복수노조의 설립 및 활동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행정력으로 노조에 대한 적격성을 판단하도록 한다면 이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보다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질적으로는 어용노조라 해도 노동부가 어용노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은 "독일 연방노동법원이 실시하는 '자주성 심사' 제도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노동행정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부적절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노동행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회사의 지시를 받는, 자주성이 없는 노조라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날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의 죄가 성립되는 것이고 해당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 설립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설립신고 반려처분 등의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반올림 등은 안 후보의 이 답변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드러날 경우'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아직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상황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어용노조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현 시점의 설립신고 반려 조치를 거부하는 입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이 '찬성'으로 표시해 답변을 보냈지만, 이런 '가정법 답변'은 실질적으로 '유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반올림 등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에 대해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유보'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측은 "현재 위장도급 여부에 대해 사법부 판단 중"이라며 "위장도급이 맞다면 직접고용은 당연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삼성 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 측도 "위장도급으로 명백하게 드러날 경우 직접 고용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지배구조, 사회적 책임 관련…'노동이사제' 文 찬성, 安 반대

반올림 등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민주화 과제에 대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화, △금산분리 완화 중간금융지주회사 불허, △노동자 이사 제도 도입, △총수일가 경영권 개입 금지 등 4개 문항, 삼성의 사회적 책임 과제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삼성물산 주식 환수, △삼성그룹 임원의 정부 참여 금지, △하청업체 직업병과 산업재해에 대한 삼성의 연대책임 등 3개 문항에 대해 질의했다.

반올림 등은 지배구조 부분과 관련해 "심 후보는 4항목 모두 찬성하며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확인했지만, 문 후보는 2항목에 동의하며 지배구조 개혁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고, 안 후보는 1항목에만 동의해 지배구조 개혁 의지 결여 의심을 갖게 했다"고 평했다. 세 후보가 모두 동의한 것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반대였다. 삼성물산 합병 무효화에 대해서는 문·안 후보가 '소송 중인 사건이므로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표했다.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에는 문·심 후보가 찬성했고, 안 후보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 중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 우선시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산업 민주화를 위한 기업 내 여건은 덜 성숙돼 있어 여건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 등은 안 후보의 이 답변을 '사실상 반대'로 해석했다.

총수 일가의 경영 개입 금지에 대해서는 문 후보는 '반대', 안 후보는 '유보' 입장이었다. 문 후보 측은 "총수 일가라고 해서 경영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적절하지 않다"며 "능력 없는 인사의 경영진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임원 자격 기준이나 경영 승계 절차 등에 대한 내부 규범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은 "적은 지분만으로 전체 재벌을 지배하는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와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요건을 강화하겠다"며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 CEO 승계 계획의 수립과 집행이 이사회 소관임을 밝히고, 이사회는 승계 계획에 따라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반올림 등은 문·안 두 후보의 답변을 싸잡아 "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과제 분야에 대해, 문·안 후보는 이재용 부회장 등의 삼성물산 주식 환수와 삼성그룹 임원 출신 인사의 정부직 진출 금지에 대해서는 각각 법원 판결과 '전문성·능력 있는 인사 등용'이라는 기준 등을 들어 입장을 유보했다. 다만 문 후보는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정무직 등에 대기업 출신의 임용을 억제"하겠다고 부연했다. 모든 공직은 아니라도, 재벌의 이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위에는 삼성 등 대기업 출신 인사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삼성의 하청 업체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산재 피해에 대해서도 삼성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세 후보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산업안전법상 '근로자' 개념을 '원청의 사업 수행에 영향을 받는 사람 모두'로 확대하고, 도급사업시 안전·보건조치 위반 원청에 대한 처벌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 씨와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 문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10월 15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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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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