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안철수 측, '6.15 삭제' 제안은 엄연한 사실"

TV토론 때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금태섭 "윤영관이 실무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첫 TV토론에서 '2014년 구 새정치연합과 구 민주당 합당시 당 강령에서 5.18, 6.15 등의 사건을 빼자고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당시 안 후보의 측근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문재인 선대위 전략본부 수석부본부장)이 공개 반박에 나섰다. 금 의원은 당시 민주당과 합당하기 전의 '안철수 신당'이었던 새정치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금 의원은 17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새정치연합 측 공동 정강정책분과위원장이 민주당 측에 6.15 남북공동성명과 10.4 남북정상성명을 정강정책에서 삭제하자고 제안하면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은 윤영관 전 장관을 통해 6.15, 10.4 성명을 정강정책에서 삭제하자는 주장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이 일어나자 철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안 후보는 (2014년 당시) '6.15 선언과 10.4 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요청을 했고 그에 따른 비판이 거세게 일어난 후에 철회했다"며 "5.18이나 4.19를 삭제하자고 한 사실은 없지만, 6.15와 10.4에 대해 '소모적 이념논쟁의 소지가 있는 사건'이라는 규정을 한…(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사실 이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4년 3월 18일 오후 '새정치연합 대변인' 자격으로 기자들과 만나 "회고적으로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서 (6.15와 10.4가 신당 정강정책 제안에) 안 들어간 것이지, 그 정신을 계승하지 않겠다거나 남북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것은 쓰고 어떤 것은 안 쓰면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사건을 나열하지는 말자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브리핑했었다. (☞관련 기사 : 새정치민주연합, DJ-노무현 색깔 지우기?)

"윤영관 전 장관이 '실무선'이냐? 安 의중 담긴 것"

금 의원은 안 후보가 이를 "실무선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잘못된 발언"이라고 말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 윤영관 위원장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분이고 당시에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며 "윤 전 장관의 경력과 평소 성품을 보면 이 정도의 일을 안철수 당시 중앙위원장과 논의 없이 혼자서 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스스로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만일 윤 전 장관의 발언이 그의 독자적 결정이었고 안 후보는 사후에 알게 된 것이라면, 이에 대해서 윤 전 장관이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나 안 후보는 그때 이후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서 윤 전 장관이 혼자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한 일이 없다"고 금 의원은 쐐기를 박았다.

금 의원은 '6.15, 10.4 삭제 요청'이 안 후보의 의견이 담긴 것이었다는 정황으로 △"(민주당과의) 통합 결정에 대해서는 윤여준 의장, 창당 실무를 총괄하던 김성식 공동위원장 등도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점, △"그러다 보니 (구 새정치연합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는 마비되었고 합당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 당시 중앙위원장 밖에 없었다"는 점,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성명이나 10.4 정상성명의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점, △"당시 대변인을 맡고 있던 저는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서 하던 안철수 중앙위원장의 조치를 기다렸는데, 밤이 늦을 때까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6.15 삭제 요청' 사건은 2012년 대선 때의 '후보 사퇴' 결정과 함께, 안 후보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그의 측근이었던 금 의원이 안 후보를 떠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금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이것이 모두 공식적인 논의와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을 때 생기는 참사"라며 "만일 당시 정강정책에 대해서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를 거치고 경험이 많은 (당시 새정치연합 창준위 의장) 윤여준 전 환경장관 등과 의논을 했다면 그런 경솔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뻔히 예측되는 위험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2015년 책 보니…"安 가장 큰 문제는 소통"

금 의원은 지난 2015년 사실상 안 후보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낸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이미 "'진심캠프' 때부터 느낀 불통의 문제는 (창당·합당 과정에서도)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당시 대변인이었던 처지 때문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던 '6.15, 10.4 삭제' 요청의 의미를 설명해야 했던 난감한 상황을 회고하면서 "(나는) 졸지에 헌법 전문에도 등장하는 4.19 정신까지 부정하는, 역사 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 됐다"며 "나는 이미 인터넷에서 4.19와 5.18을 부정하는 놈으로 온갖 욕을 먹고 있었지만, (6.15와 5.18이 모두 포함되어) 완성된 정강정책은 정말 마음에 꼭 들었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2012 안철수 캠프, 암장군은 '시골 의사' 박경철)

금 의원은 <이기는 야당(…)>에서 안 후보의 핵심적인 문제를 '소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합당 당시의 일에 대해 "공식 조직에서 여러 사람이 논의하고 대표 격인 안철수 의원과도 상의를 마친 일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뒤집히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비판하거나, 2012년 대선 당시 '박경철 비선' 사건에 대해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공식 조직에 대한 비공식 라인의 개입 등이 선거 내내 커다란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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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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