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안철수 vs. '연대' 손학규…승부처는 호남

국민의당 대선 경선 '본 게임' 시작

국민의당이 17일 예비경선, 이른바 '컷오프'를 치러 안철수 전 상임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 등 3명을 본 경선 후보로 선출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무위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 505명을 투표권자로 하는 예비 경선을 치렀다. 국민의당은 예비경선 순위와 득표율 등은 공개하지 않고, 당락 여부만 발표했다. 예비경선에는 본선 진출에 성공한 안·손·박 3인 외에 양필승 로컴 사장, 김원조 세무사, 이상원 전 통장 등이 참여했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본선은 사전 선거인단 모집 없는 오픈 프라이머리식 현장투표 80%에 여론조사 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역 순회 경선은 오는 25일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26일 전북, 28일 부산·울산·경남, 30일 대구·경북·강원, 4월 1일 경기, 4월 2일 서울·경기에서 열린다.

후보 선출 날짜는 대전·충청지역 경선이 치러지는 4월 4일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 6일에 최종 선출이 이뤄진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 측은 4월 4일보다 빠른 시점에 후보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해 왔으나, 이날 예비경선 후 안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별다른 언급 없이 "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4일 선출' 안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 선관위에서 세부 사항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 그 결정들이 나오는 것을 보겠다"며 "다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만 했었다.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치러진 국민의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안철수 전 당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연합뉴스

본선 구도는? 安 "묵묵히 뚜벅뚜벅" vs. 孫 "바패권 대통합"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의 주역이자 최대 주주로, 당내 경선에서 가장 앞선 위치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론조사 등에서도 당 소속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제일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본 경선에 대비해 캠프 명칭을 '국민캠프'로 정하고 'DJ의 마지막 비서관' 최경환 전 박지원 당 대표 정무비서실장을 캠프 경선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캠프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캠프는 미래기획·국민소통·국민참여·국민정책 등 4본부 체제로 구성되며, 미래기획본부장은 이용주 의원, 국민참여본부장은 최경환·송기석 의원이 맡는다. 채이배 의원은 정책실장을, 김중로 의원은 특보단장을 맡았다.

손 전 대표는 오랜 경륜과 함께, 제3지대 연대 등 연합정치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5일 경선대책본부장에 유성엽 의원을, 캠프 대변인에 김유정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찬열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도 캠프에서 손 전 대표를 돕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예비경선 연설에서 "비(非)패권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이뤄 이 나라 정치의 중심을 바꾸겠다. 저 손학규가 문재인을 이기겠다"며 "혼자서만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오직 39석 여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 국민의당은 더 뭉치고 더 커져야 한다"고 본격적으로 '연대론'을 설파했다. 그는 "개혁 대연정, 개혁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며 "대선 전, 그리고 대선 후까지 '비패권 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 정치의 새 판 짜기를 통해 비패권 연대·연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는 안 전 대표의 입장인 '자강론'과는 대비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연정론'에 대해 "우선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정당과 정치인의 가장 소중한 책무"라며 "'제가 어떻게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그 뜻에 동의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 등을 묻는 재질문이 나오자 "지금 정치인들 간의 이합집산보다 오히려 국민들께서 먼저 앞서 나가고 있다"며 "저는 '제가 어떤 일을 하겠다',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묵묵히 앞으로 뚜벅뚜벅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 승부처는 호남…박주선 변수는?

'안철수의 자강론'과 '손학규의 연대론'이라는 구도는 단지 겉으로 드러난 노선 차이일 뿐 아니라 실제 경선 판세를 가를 변수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내에서 개헌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주승용·김동철 의원 등 호남 출신 의원 그룹은 상대적으로 '연대론' 쪽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의석 수 39석인 국민의당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타 정당과의 세력 연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장 투표가 80%라는 큰 비중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호남 의원들의 적극적 지원이 있다면 손 전 대표가 안 전 대표를 현장 투표에서 꺾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호남 지역은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 기반이고, 때문에 오는 25~26일의 호남 지역 순회경선이 최대의 승부처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뒤늦게 경선 참여를 선언한 박주선 부의장의 존재는 이런 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 부의장은 광주 동·남구을을 지역구로 하는 호남 출신 4선 의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와 함께 '호남 3대 천재'로 불리는 등 대표적인 호남 지역 명사다. 그는 이날 예비경선 연설에서도 "호남 출신의 유일한 후보", "호남의 적자"임을 내세웠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호남 의원들이 손 전 대표를 지원한다면 그가 안 전 대표에게 승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받고 "박 부의장도 출마해 3자 구도가 된 만큼, 호남 표가 갈려서 결국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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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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