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선 불참할 수도"…안철수에 최후통첩?

김종인 회동 이어 경선 불공정 거론하며 압박…박지원 "담판 노력"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룰을 놓고 안철수 전 상임대표와 샅바 싸움을 해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 불참"까지 거론하며 최후통첩성 압박을 했다. 여론조사나 모바일 경선을 포함시킨다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손 전 대표가 전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난 직후여서, 경선 룰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선을 포기하고 이른바 '제3지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 전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은 8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것이든 전화를 이용한 조사 형식의 경선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손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경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현재까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김 대변인은 경선에 불참할 경우 향후 거취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그것까지 지금 말하기는 시기상조이고 논의된 바도 없다"며 "그것은 (경선 룰) 협상이 끝나 봐야 얘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탈당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오보"라며 "그 얘기는 나온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전 대표 측은 '100% 현장투표' 혹은 '80% 현장투표 + 20% 숙의배심원단 투표'를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40% 현장투표 + 30% 여론조사 + 30% 공론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더 많은 유권자 참여를 위해 전화(모바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손 전 대표 측은 표본 오염 가능성 등을 들어 모바일 투표에는 경기에 가까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선 룰 샅바싸움은 예상됐던 바이지만, 손 전 대표 측에서 경선 불참까지 들고 나온 것은 최근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손 전 대표는 전날 오전 김종인 전 대표와 단독 조찬 회동을 가졌다. 손 전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회동 내용에 대해 "대선 승리를 위해서 개혁의 연대, 연합을 만들어야 된다. 그리고 같이 협조하자, 이런 얘기"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손학규 두 사람이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고리로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손 전 대표 측에서는 이어 국민의당 경선 자체가 '안철수 위주'라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당을 사당화하는 경선 불공정 행위가 국민의당 안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7일 국민의당 충북도당여성위원회는 발대식을 가지면서 2부 순서로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그 자리에는 손 전 대표 부인도 참석해 있었는데, 사회자가 '대통령 안철수'를 연호한다든지 하는 것은 공조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 "8일 오후에는 국민정책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교육 문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더불어 안 전 대표의 기조발제 순서를 넣었다"며 "여성위원회와 국민정책연구원은 모두 당의 공적 기구다. 그런데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처럼 특정 후보에게만 독점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은 당이 사당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이미 한 차례 박지원 대표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안철수 전 대표측이 공정한 경선을 치를 의사가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하고 "안 전 대표 측의 자성과, 당 지도부의 엄정한 지도와 감독을 촉구한다"고 박지원 지도부까지 겨냥했다. 국민의당 자체가 '안철수 사당'이니 경선의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보기에 따라서는 "경선 불참" 언급에 이어 탈당 명분쌓기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다.

박지원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전 대표는 '경선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했을 뿐"이라며 "탈당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박 대표는 김 대변인이 지적한 경선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침에 (손학규 측) 이찬열 최고위원도 그런 얘기를 해서, 제가 '대표가 책임지고 사무총장에게 지시해서 오늘부로 어떤 경우에도 한 후보에게 치우친 그런 행사나 당직자 언행은 조심시키겠다. 그리고 선관위가 출범했기 때문에 그 선관위에서 공명선거가 이뤄지도록 관리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대선 주자들 간의 경선 룰 협상이 파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장병완 선관위원장과 김영환·박우섭 공동대선기획단장, 이용호 룰미팅TF 팀장 등 당직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 후보 대리인을 불러 강하게 토론하게 했다"며 "가급적 오늘 밤을 새서라도 후보자들 불러서 담판도 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저도 일체 공식행사나 비공식 행사를 자제하고 당에서 추이를 보도록 여기서 대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결단보다는 (후보들 간) 합의의 순간이 다가온다"며 "그렇게 서로 고집만 내세워 가지고 국민으로부터, 당원으로부터 과연 지지받을 수 있겠느냐"고 후보 각 측을 모두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잘 돼야죠. 안되면 경선 못 하는 거고, 그러면 대선후보 어떻게 하겠나"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민주당을 탈당한 손 전 대표가 얼마 전 입당한 국민의당마저 탈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고, 따라서 김종인 전 대표와의 회동이나 경선 불공정성 문제 제기 등도 모두 경선 룰 미팅에서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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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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