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여성이 조심해야? 의식 왜곡 심각

설문에서 '노출 심한 옷차림 때문', '피해자도 책임' 항목에 과반 응답

성폭력을 바라보는 한국 남성들의 왜곡된 인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여성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노출이 심한 옷차림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성폭력에 대한 가부장적 인식은 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7일 여성가족부가 전국 성인남녀 7200명을 상대로 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 응답자의 55.2%가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은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가 9.5%, '약간 그렇다'는 응답은 45.7%였다. 여성 응답자 중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2.0%였다.

남성의 54.4%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56.9%는 '여자가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다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도 각각 44.1%, 51.1%가 같은 질문에 동의했다. 남성 응답자의 47.7%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42.5%는 '여자가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가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뜻이다'라고 답했다.

'어떤 여자들은 성폭행당하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남성도 8.7%나 됐다. '수치심이 있는 여자는 강간신고를 하지 않는다'(35.6%)거나 '강간을 신고하는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분노나 보복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31.3%)는 등 성폭력 신고에 왜곡된 시각을 가진 남성도 셋 중 한 명 꼴이었다.

성폭력과 관련한 인식을 묻는 22가지 질문 대부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심각한 가부장적 사고를 드러냈다. 다만 '남자는 성충동이 일어나면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여성의 30.7%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22.0%만 동의했다. 설문결과를 종합해 가장 가부장적인 사고를 4점으로 놓고 봤을 때 남성은 평균 2.1점, 여성은 1.9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최근 1년 사이 성추행·강간(미수) 등 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여성은 1.5%로 2013년 조사 때 2.7%에서 줄었다. 평생 한번이라도 신체적 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여성 21.3%, 남성은 1.2%였다. 가장 흔한 성폭력은 '성기 노출'로 여성의 30.4%가 피해 경험이 있었다. 성추행이 21.5%, 음란 메시지 등 PC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성폭력은 12.1%였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폭력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일수록 심각했다. 폭행·협박 없는 성추행은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87.8%였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78.1%)가 많은 탓이다. 반면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추행(70.0%)과 강간(77.7%), 강간미수(60.1%)는 가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아는 사람이었다. 여성의 1.5%가 피해 경험이 있는 스토킹도 82.3%가 아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였다.

여성 피해자의 52.0%는 피해 상황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쳤다'고, 20.5%는 '피해 다녔다'고 답했다. 15.0%는 저항하지 못한 채 그냥 당했고 '힘으로 저항하고 싸웠다'(1.6%)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3.1%)는 피해자는 소수였다. 도움을 요청한 상대는 이웃이나 친구가 82.6%로 가장 많았고 가족·친척이 49.5%, 선·후배가 18.8%였다. 경찰은 2.2%, 성폭력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은 0.1%에 불과했다.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경찰을 찾지 않았다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지만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도 21.3%나 됐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의 20.4%는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고 신체적 상처를 입었다는 응답도 0.6%였다. 반면 남성 피해자는 2.6%만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를 외부에 알리지 않거나 공적 지원체계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여성과 남성이 모두 참여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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