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술'이 먹혔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직무 유기', '직권남용'의 그물을 뚫고 빠져나갔다.
'민정수석실의 업무'라는 말이 가리키는 곳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결국 '윗선'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다. 우 수석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각종 '월권' 의혹에 대한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림으로써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1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 공무를 수행했을 뿐이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앞서 특검 조사에서도 우 전 수석은 "위(박근혜 대통령)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밑으로 내리고, 밑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위로 올리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을 눈감아주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채용 관련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좌천 인사에 개입하고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날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대면해 많은 얘기를 하고 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다고 고영태 씨에게 들었다"며 "최순실 씨가 민정수석실로부터 일정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고영태가 말했다)"는 증언을 내놓았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혐의 등과 관련한 부분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일'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의혹의 시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의 경우처럼, 최근 박 대통령 측근들이 '제 살길'을 찾아가는 정황들은 자주 포착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박 대통령의 '문고리' 측근이었던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끝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안 전 비서관을 법정에 세워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언을 확보하려 한 시도가 막힌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도 박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이 됐지만, 사실상 '잠적' 상태다. '문고리 3인방' 중 유일하게 구속된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술술 내놓고 있다. 그간 '특검 비방' 등에서 입을 맞춰왔던 최순실 씨의 헌재 불출석도 박 대통령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실제 관리, 실행한 자신의 혐의가 맞다며, 관련 인사 중 유일하게 '자백'을 했다. 역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리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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