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중기 취업 청년에 연봉 3100만원 보장

'현금성 복지' 거리 두면서 3조원 재원 지출

야권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일자리 부문 공약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 '직무형 정규직'이라는 새 고용 형태를 도입하고, 청년층의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해 한시적 고용 보장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다. 문재인 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공약과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오세정 의원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한 모두 발언을 통해 "광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분노와 갈증은 곧 하루하루 이어지는 삶의 불안이라는 현실 문제와 미래에 대한 요구로 전환될 것"이라며 자신의 일자리 구상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정부는 먼저 질 낮은 일자리를 개선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며 "정책 목표별 5대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5대 대책'의 첫머리에 "정부의 고용 정책 기조를 일자리 질적 개선에 두겠다"는 원칙을 두며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형 정규직'에 대해 "현재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 부족에 앞서 '질 나쁜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경력 단절 여성들이 새 직장을 갖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금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하며 "일자리의 표준을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고용은 최대한 보장되는 새로운 유형의 정규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질 나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고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형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설립해서 이들을 관리할 것"이라며 "특히 안전, 복지, 고용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추가 채용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 국민들의 추가 부담은 최대한으로 줄이고 근로자들의 고용은 안정시키면서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 억제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공 조달 제도를 개선해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업체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반대로) 불안정한 일자리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세액공제 감면 등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연봉 3100만 이상 보장'

'5대 대책'의 두 번째로는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서 격차를 줄이고 차별을 시정하겠다"며 "'국가 임금 직무 혁신위원회'를 설치해서 국가 자격제도를 정비, 연령과 학력이 아니라 직무와 전문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그는 제안했다.

그는 이어 "세 번째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 30-40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편중된 노동시간을 줄이고 청년과 육아기 여성들의 기회를 확대해서 생산성 향상과 성 평등이 실현되도록 하겠다"며 "네 번째로, 평생교육을 통한 직원훈련 체계를 혁신하고, 다섯째로,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큰 고용 친화적 산업구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날은 '5대 대책' 중 2~5번째 항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안 전 대표는 또 이런 내용의 '5대 대책'과는 별개로 "청년, 중장년층, 여성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며 "먼저 최악의 청년 고용 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인 고용보장 계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업한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뒤따르자 "현재 대졸 초임은 중소기업이 2500만 원 정도, 대기업은 평균 4000만 원으로 대기업의 80%(3200만 원)에 맞추려면 연 600만, 월 50만 정도"라며 "예상되는 청년 일자리가 50만 개 정도로 추정되고, 1인당 600만 원씩이면 (1년에) 약 3조 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추가 재원은 3조에 못 미친다"며 "추후에 만약 청년들이 일자리 갖지 못해서 국가에서 복지 비용으로 지출해야 될 금액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청년 실업률이 34%에 달한다"며 "그 청년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라고 부연했다.

중장년층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고용 역량 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성평등 임금 공시 제도'를 도입하고 '유연근로 청구권제'를 확대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문재인·이재명에 차별화 시도했으나…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공약 발표 자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야권 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을 간접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늘 저는 '정부가 책임지고 좋은 일자리 만들어내겠다'고 하지 않겠다. '현금 복지'로 양극화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겠다"며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 청와대에 '일자리 위원회' 만들거나 '일자리 상황실' 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도 했다. '일자리 위원회'와 '일자리 상황실'은 모두 문재인 전 대표가 언론에 밝힌 공약이다.

이날 자신이 발표한 '사회복지고용공단'이나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 설립 구상 역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특임 기구 아니냐고 한 기자가 묻자, 그는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챙기는 위원회가 아니라 기존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고, 기존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유도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현금성 복지'를 경계하겠다면서 청년층 고용 안정 대책으로 연 3조의 재원을 지출하는 것은 재정 부담 면에서 동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그것은 지금 현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가로 (재원을) 지급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박원순·이재명 시장 등의 '청년배당' 제도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안 전 대표는 "시장이 살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아무리 과감한 일자리 정책과 복지 정책을 펼치더라도 당면한 양극화와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 실업 대란을 일자리 정책으로 극복한 게 아니다. 정보통신(IT) 산업과 벤처기업 진흥 등 산업정책으로 극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그가 발표한 '직무형 정규직'이나 '5년 한시 청년 고용 보장' 역시 산업정책이라기보다는 전형적 '일자리 정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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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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