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선주자들, 호남 민심 놓고 주말 혈투

더민주 文·安 공세에…국민의당, 적극 견제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이른바 '호남 민심'을 놓고 직·간접적 공방을 주고받았다. 문재인·안희정 등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이 주말인 11~12일 잇달아 호남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자, 국민의당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사건 등을 다시 거론하며 '안방' 사수에 나선 것.

문재인은 전북, 안희정은 광주·전남 방문


문재인 전 대표는 12일 전북 전주를 찾아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 사옥을 방문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말 전북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 때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이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을 공약하고 주도해서 국민연금법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성과연봉제를 일률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노조와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민주당 당론과 같은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 방문 이후에는 지지자 단체인 '새로운 전북포럼' 창립식에 참여한다. 이 단체는 이상직 전 의원과 안도현 시인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전날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대사와 민주화운동의 산 역사이고, 민주당의 역사와 정통 그 자체"라고 하는 등 호남 민심에 대한 더 적극적 구애를 보냈다. 그는 이후 광주 일정에서 햇볕정책에 대해 "위대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하며 "김대중-노무현 시기보다 이명박 정부가 훨씬 더 많은 현금 지원을 했다"고 '퍼주기' 논란 반박했다.

다만 그는 목포에서 대북송금 특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대북송금 특검은 그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요구였고 그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노무현 정부를 변호했다. 안 지사는 광주에서는 원조 '노사모' 멤버들로 구성된 '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대세론'을 뒤엎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1·2위 주자인 이들이 주말 호남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은, 호남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1라운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지느냐, 안 지사가 예상 외의 선전을 거두고 자신의 안방인 충청권에서 열리는 '2라운드'까지 기세를 이어가느냐 여부가 '호남의 선택'에 달린 것.

국민의당 "문재인-안희정, 대북송금 특검 사과하라" 견제

민주당 주자들의 호남 방문에 대해, 호남 국회 의석 28석 가운데 25석을 독점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안 지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를 찾았을 당시 "대북송금 특검을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요구로 했다고 말한 것은 안희정답지 못하다"며 "안 지사도 최소한 민주당에서 대북송금 특검을 반대했고 오직 노 대통령, 허성관 장관, 문재인 민정수석만이 찬성한 사실을 아시리라 믿는다.그 이유를 알 만한 분이 어떻게 '한나라당 요구를 수용했다' 할 수 있느냐"고 공개 비판했다.

박 대표는 "그렇다면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부당한 야당의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이냐"며 "제가 광주에서 연설하며 왜 그 집(민주당)은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똑같이 거짓말만 하느냐고 지적했다. 제가 대북송금 특검 문제를 꺼내나? 친노들이 꺼내서, 솔직하지 못하게 거짓말과 변명만 한다"고 맹공을 폈다.

다만 안 지사는 이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14년 전의 일이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겠나. 미래의 과제를 놓고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대북송금 특검으로 햇볕정책을 추진한 분들이 겪은 고초에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의 사과로 고초를 겪은 분들께 위로가 된다면 얼마든지 사과를 드린다"고 했고,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역시 안희정"이라며 "이렇게 정치를 하셔야 감동을 먹는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문 전 대표가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거짓말을 하더니, 안지사가 '특검은 한나라당의 요구였다'는 궤변을 내놨다"며 "민주당 1, 2등 대선 후보들의 대북송금 특검 인식이 이 정도로 교활하고 유치하다는 것이 놀랍다"고 정면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안 지사의 '대북송금 특검은 한나라당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대연정론과 같은 맥락"이라며 "궁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팔 수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 얼마든지 제2, 제3의 대북송금 특검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 본인은 이날 민주당 주자들의 행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는 "정당 내 주자 간의 그런 경쟁보다 저는 오히려 국민의당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비전을 말씀드리고 희망을 드리려 한다"고 문재인-안희정 두 주자 간의 경쟁을 '정당 내 경쟁'으로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지사는 이날 드론(무인항공기) 관련 현장을 찾는 등, 자신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교육·IT 관련 일정을 이어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경북 지방을 방문하고, 역시 자신의 장점으로 꼽히는 '선명성'을 부각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 시장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원한다면 그렇게 가는 게 맞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도 국회도 대통령도 국민을 대리하는 것이고 주인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머슴이 주인인 국민이 원하는 것에 반하는 결론을 낸 것"이라며 "그 결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주인은 그 머슴을 해고하고, 주인 뜻에 배반하는 헌재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전날에는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구속", "부당 이익 환수" 등을 주장하면서 '재벌 부당이익 환수법' 도입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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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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